우경식 IUCN 실사위원 지적… “동굴보존 중요”
우경식 IUCN 세계자연유산 실사위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중국 ‘단샤’ 지역 붉은 사암의 보존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우경식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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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제주도의 보존 관리가 시급합니다. 관광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관광자원 개발에 주력하면 4년 뒤 보존 현황 점검에서 자연유산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실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원대 지질학과 우경식 교수는 “세계자연유산은 선정되는 것보다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 교수는 7월 한국인 최초로 IUCN 실사위원에 선출됐다. IUCN 실사위원은 세계 각국이 제출한 세계자연유산 신청서를 분석하고 현지를 방문한 뒤 실사 보고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하는 막중한 직책을 맡고 있다. 이사회에서 이들이 낸 보고서를 토대로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는 만큼 자연유산 선정 과정에 실질적 힘을 가진다. 실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10여 명에 불과하다.
얼마 전 우 교수는 호주 출신의 실사위원과 함께 중국 남부 ‘단샤(丹霞)’에 대한 현지 실사를 다녀왔다. 붉은 사암으로 이뤄진 기암괴석이 빼어난 단샤는 중국이 올해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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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세계자연유산을 선정할 때 각 지역의 고유한 개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시하는 것은 보존 관리에 대한 의지다. 자연유산은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가치가 있는지, 이를 지킬 의지가 해당국에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보존 계획이 허술하면 심사에서 탈락하게 된다. 우 교수는 “2007년 제주도가 자연유산에 선정된 배경은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동굴에 대해 관람객 접근을 막는 등 보존 관리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 것이 주효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거문오름용암동굴 지역의 비공개 동굴에 탐방로를 조성하고 새 동굴을 찾기 위해 구멍을 뚫으려는 등 보존 의지가 점차 퇴색하고 있다”며 “4년 뒤 현황 점검에서 자연유산 지위를 박탈당하면 다시 등록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세계자연유산의 무분별한 등재를 막기 위해 자연유산의 등록건수를 제한하려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주도가 섬 내 7곳을 유네스코가 인증하는 ‘지질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우 교수는 “제주도는 해녀 등 전통과 민속이 남아 있어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며 “자연유산의 보존 의지만 충분히 보여준다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