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권투를 가장 사랑한 예술장르는 아마 영화일 것이다. 강펀치에 찌그러지는 얼굴을 슬로 모션으로 포착하는 것만큼 폭력을 탐미하는 영화적 본능을 충족시키는 장면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권투와 가장 닮은 예술장르는 연극이다. 권투선수처럼 연극배우도 몸뚱이 하나로 무대에 오른다. 링 위든 무대든 오르려면 몇 개월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스타급을 제외하면 ‘몸값’이 형편없다는 점도 닮았다. 둘의 만남을 시도한 권투연극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먼데이 5PM’(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3관)과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이기동체육관’(12월 26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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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체육관’(손효원 작·연출)은 지루한 일상을 한 방에 날리는 권투의 매력에 초점을 맞췄다. 1980년대 권투영웅 이기동(김정호)이 운영하는 권투도장에 모인 남녀 6명이 전국아마추어복싱대회 출전을 준비하며 삶의 희망을 찾는다. 실제 링과 허름한 권투도장을 옮겨놓은 무대세트에서 관장과 코치를 포함한 배우 8명이 사실감 넘치는 권투훈련 장면에 도전했다. 주인공과 동명이인인 실제 이기동 관장의 권투도장에서 석 달간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다. 070-7737-6488
두 작품 모두 두 명이 맞붙는 권투장면은 1, 2회로 최소화했다. 링 위의 피보다는 링 밖의 눈물, 그게 더 연극적이니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