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김행령, 그림 제공 포털아트
절친한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건강하고 한없이 쾌활하던 그에게 말기 암 판정이 내려졌을 때 주변 사람은 하늘이 무심하다고 원망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6개월 동안 투병하면서 눈 뜨고 볼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릴 때 주변 사람은 아무런 위안이 될 수 없었습니다. 자주 가던 병문안도 끔찍스러운 통증에 시달리며 깡말라 가는 그의 외관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어 차츰 뜸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족도 이미 정해진 일이 된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해 환자와 진배없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병문안을 갔을 때 친구는 진통제를 맞고 모처럼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가난하던 어린 시절 얘기를 하며 웃다 울다 가끔 긴 한숨을 내쉬곤 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별은 그렇게 나쁜 게 아니야. 세상의 모든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한 것이니 이별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거야.”
친구는 주변 사람보다 더 오래, 더 깊게 이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남기고 가는 모든 것과의 관계성을 낱낱이 더듬어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그것을 통해 인생 전체가 하늘의 별처럼 많은 만남과 이별로 이루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이별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았고 이 세상에 이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별이 이뤄진 뒤에 우리는 대상의 부재를 통해 오히려 존재의 의미를 깨치게 됩니다. 함께 머물 때는 모르던 소중함, 빛남, 눈부심, 반짝임 같은 것이 벅차올라 우주 전체가 부재의 공간처럼 한없이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이별을 두려워합니다. 이별이 세상 모든 일의 끝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생행로를 놓고 보면 이별은 아주 작은 과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별과 맞닿은 새로운 시작이 매번 씨줄과 날줄을 엮어 각자의 삶을 새롭게 직조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고 그것을 통해 인간은 숙성합니다. 이별이 없다면 우정도 사랑도 의미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이별을 겪은 후에 비로소 지나간 관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이별의 누적은 영혼의 창공에 별을 수놓는 일처럼 아름답습니다. 우리 곁을 스쳐간 별처럼 많은 사람, 그들 모두가 우리 삶의 스승입니다. 좋은 사람은 좋은 것으로 가르치고, 나쁜 사람은 나쁜 것으로 가르치니 시간이 지나면 모두 가치 있는 가르침이 됩니다. 마음이 고달플 때, 이별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세요.
작가 박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