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변각 교수 3차례 탐사 남극운석 분석-발표
○ 외국 운석학자도 단기 성과에 놀라
남극운석탐사대는 2006년 1차 탐사에서 운석 5개를 찾아낸 뒤 이듬해 2차 탐사에서 16개, 지난해 3차 탐사에서 8개를 찾았다. 지금까지 1만6000여 개의 운석을 발견한 일본이나 1만5000여 개의 운석을 보유한 미국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개수다.
○ 태양계 생성초기 비밀 담은 단서
그런데도 운석을 찾는 이유는 운석이 태양계의 생성과 초기 진화단계를 연구할 유일한 연구 시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운석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간혹 달과 같은 천체에 부딪혀 튕겨 나온 암석도 있다. 현재 달의 운석은 120개 정도다. 지구 외부의 행성에서 날아온 이 운석들은 태양계 생성 초기에 만들어진 뒤 거의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라늄이나 납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운석을 분석하면 운석의 생성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 덩달아 태양계의 나이도 알 수 있다. 현재 운석학자들이 계산한 태양계의 가장 정확한 나이는 45억6800만년. 최 교수는 “지구 암석에는 40억 년 이전의 초창기 태양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운석이 태양계의 기원을 연구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운석은 과학자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탐사대는 남극에서 운석을 발견하자마자 오염을 막기 위해 2만 원이 넘는 특수 비닐봉지에 운석을 밀봉한 뒤 아이스박스에 넣어 꽁꽁 얼린 상태로 한국까지 운반했다. 그리고 질소를 가득 채운 탱크에 운석을 넣고 3일간 운석 안에 있던 얼음이 녹길 기다렸다. 종 분석을 위해 떼어낸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운석은 극지연구소에 구비된 최고 수준의 운석 연구실에 보존한다.
탐사대가 찾아낸 운석은 모두 국제운석학회에 공식 등록을 마쳤다. 이 운석들에는 발견 장소인 티엘 산맥을 나타내는 ‘TIL’로 시작하는 이름이 붙었다. ‘TIL07008’은 2007년에 발견된 8번째 운석이란 뜻이다. 한국의 운석 시료들은 내년부터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극지연구소 등 다른 나라 과학자들에게 연구용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네 번째 운석 탐사도 준비하고 있다. 장소는 1∼3차 탐사지와는 다른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극지연구소 이종익 남극운석탐사대장은 “남극점에서 서쪽으로 400km 지점을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며 “2012년 건설될 남극의 제2기지인 ‘대륙기지’ 인근도 탐사 후보지에 올랐다”고 밝혔다.
서귀포=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