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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월북… 철책절단 하루 동안 몰라

입력 | 2009-10-29 03:00:00

합참 검열단 해당부대 급파… “책임자 엄중 문책할 것”




강원 고성군의 최전방 철책을 담당하고 있는 군부대는 북한이 강동림 씨의 월북 사실을 공개한 뒤에야 철책이 절단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강 씨의 월북 시점에 대해 26일 낮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8일 전비태세검열단을 해당 부대로 급파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해당 부대는 북한이 방송을 통해 강 씨의 월북 사실을 보도한 뒤 2시간 정도가 지난 27일 오후 5시경에야 비로소 철책이 절단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 강 씨는 군사분계선 3중 철책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철책을 지름 30∼40cm의 타원형으로, 두 번째 철책은 사각형 모양으로 완전히 절단했다”며 “잘려나간 철책 사이로 발자국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나 있었고 절단된 철사 단면은 잘린 지 얼마 안 돼 녹이 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까지 강 씨의 월북 시점은 26일 낮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시점은 전비태세검열단이 조사를 마치는 29일 오후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이 월북 시점을 낮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철책 근무자들이 야간에는 3, 4개의 초소에서 경계를 서는 지역을 낮에는 대공초소(고가초소) 1곳에서만 경계를 서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군 복무를 했던 강 씨가 낮 시간대 경계병 사이의 간격이 넓어진다는 점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가 월북한 지점은 산세가 험한, 경계의 사각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비태세검열단은 29일 조사를 마치고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비태세검열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책임자들을 신속하게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군 당국자는 “조사 결과 해당 군부대가 철책이 절단된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사단장 이하 지휘 계통이 모두 문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04년 10월 신원 미상의 30대 민간인이 강원 철원군 육군 열쇠부대 3중 철책을 뚫고 월북했을 때 군 당국은 연대장과 대대장을 보직 해임했다. 2005년 6월 북한군 초급병사 1명이 강원 철원군 대마리 인근 최전방 철책을 뚫고 월남했을 때는 사단장과 연대장, 대대장이 모두 보직 해임됐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