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솔로앨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낸 심성락 씨
73세에 첫 솔로앨범을 낸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씨는 “목수의 집에 건축가의 집과 다른 운치가 있듯, 혼자 익힌 내 음악에도 그것만의 느낌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첫 음반이 유작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뭐하러 힘들게 찾아왔냐”며 껄껄 웃었다. 품에 안고 일어선 큼직한 아코디언은 나이 들어 앙상해진 어깨가 지탱하기에 버거워 보였다.
“요즘은 앙증맞게 자그마한 아코디언도 많이 나오지만, 열네댓 살 때 손에 익힌 게 이거다 보니 새로운 걸 잡을 엄두가 안 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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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남중학교 다닐 때 매일 놀러갔던 레코드점 겸 악기상인 ‘애음당’에서 처음 아코디언을 만났죠. 피아노랑 기타도 있었지만 나는 이놈이 좋았어. 손으로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었거든요.”
연주를 가르쳐줄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악보도 볼 줄 몰라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더듬더듬 자기만의 운지법을 만들었다. 24세 터울 형의 대구 집에서 꼬마 때부터 줄기차게 들었던 재즈 음반들이 그가 가진 음악적 자양분이었다.
“아코디언 연주자가 드물었던 덕도 봤어요. 하지만 남보다 조금 나은 감성을 가졌던 것 같긴 합니다. 중3 때 부산 KBS 라디오 노래자랑 방송에 진행보조로 나섰다가 미숙한 원래 연주자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꿰찼으니까….”(웃음)
‘나그네 설움’을 만든 이재호 씨의 눈에 들어 일찌감치 직업연주자로 나선 뒤에는 거의 하루도 아코디언을 놓지 않았다. 군악대를 거쳐 TBC 등 TV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는 박정희 전두환 등 전 대통령들이 참석한 연회에도 자주 불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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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솜씨를 눈앞에서 보니 마구잡이로 배운 티가 날까 봐 창피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어렸을 때 사고로 잘린 제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러더군요. ‘연주는 손이 아니라 마음이 하는 것 아니냐’고요.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어요.”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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