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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뽑은 내 외제車도 혹시…

입력 | 2009-10-26 03:00:00

美서 중고 리스차량 빼돌려 새 차로 속여 팔아
BMW 벤츠 등 355대 유통… 70억 챙긴 일당 적발




지난해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던 조모 씨(37)는 ‘귀국 후 사업 자금을 마련해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조 씨가 해야 할 일은 차량을 리스한 뒤 도난신고만 하면 그만이었다. 조 씨는 현지 차량대여 업체를 통해 고급 외제차인 ‘렉서스 460L’을 리스한 뒤 도난신고를 하고, 현지 장물아비 이모 씨에게 넘겼다. 조 씨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이 씨로부터 2000달러(약 236만 원)를 받았다. 차량대여 업체는 차량이 도난당해도 보험사에서 손실을 보상받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씨는 조 씨에게서 받은 차를 한국으로 넘기는 역할을 맡았다. 컨테이너에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차량 2대를 싣고, 장난감 몇 개도 함께 담았다. 미국 세관에 신고하는 물품 항목에는 ‘장난감 & 차(Toy & Car)’로 신고했다. 마치 장난감을 수출하는 것처럼 위장해 세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컨테이너에 함께 실은 장난감은 혹시 적발될 경우 ‘우리는 사실대로 신고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용도였다.

한국에서 렉서스 460L을 건네받은 수입업체 대표 박모 씨(46)는 무등록 관세사를 동원해 관련 서류를 위조해 세관에는 새 차로 신고한 뒤 기준에 맞춰 관세도 냈다. 시중가격이 1억5000만 원을 넘는 이 차는 올해 1월 시세보다 훨씬 낮은 1억1000만 원에 팔렸다.

정식으로 수입한 제품이 아닌 탓에 정상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씨 등은 특정 정비업소를 서비스센터로 지정했다. 또 일부 차주가 “신차인데 주행거리가 왜 이리 많으냐”고 항의하면 “미국은 땅이 넓어서 수입하려면 기본적으로 이동거리가 좀 된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이런 수법으로 미국에서 빼돌린 중고 고급 외제차를 국내에서 새 차로 속여 팔아 온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07년 9월부터 최근까지 벤츠와 BMW, 렉서스 등 고급 차량 78대를 밀수입해 신차로 속여 팔아 70여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상습사기) 등으로 무역업자 오모 씨(48)를 구속하고 수입업체 대표 박 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비슷한 수법으로 한국에 밀수입된 차량이 모두 355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나머지 차량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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