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와 아시안게임 金 약속
박태환(19·단국대) 이전에도 천재는 있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가 “물을 타는 감각은 (박)태환이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말을 할 정도. 이제는 어느 덧 수영대표팀의 최고참이 된 성민(27·서울시청·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성민은 만18세이던 2000년 전국체전에서 4관왕에 오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국 수영계는 배영에서 세계수준의 선수를 키워낼 수 있다는 단꿈에 젖었다. 10년의 세월. 성민은 2000시드니올림픽과 2004아테네올림픽, 2008베이징올림픽까지 3회 연속 출전하며 기대대로 한국배영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세계무대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게으른 천재’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 탓이었다. 성민은 “그 때만 해도 훈련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지 못했다”면서 “노민상 감독님과 송홍선 박사님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창 노는 것을 좋아할 나이. 설렁설렁해도 국내 1인자였다.
그러던 성민이 마음을 고쳐먹은 것은 2006년. 2004년 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결국 2006년 3월 성민의 곁을 떠났다. 세상을 등지는 아버지에게 맏아들은 최후의 약속을 했다. “꼭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서 바칠게요.” 하지만 그 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아쉽게 동메달. 성민은 동메달을 손에 쥐고, 아버지 산소를 찾아 목 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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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아버지 묘소에 바치고 싶습니다.” 수영선수로서는 환갑의 나이. 그래도 그는 또 물살을 가른다. 전국체전 이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출국예정인 성민은 12월 동아시아대회에 나선 뒤, 2010년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한다.
전영희 기자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