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스키메이커’ 밥 달가노 씨
위스키메이커의 임무는 오크통에서 위스키 원액 샘플을 채취해 냄새를 맡고 품질을 판단하는 것. 브랜드의 특징을 유지하고 또 창조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맥캘란의 위스키메이커 밥 달가노 씨의 작업실을 찾았다. 수십 개의 병에 담긴 샘플을 스포이트로 조심스럽게 잔에 옮겨 냄새를 맡는 풍경이 마치 화학 실험실 같았다.
“향을 맡아 보면 이 통은 숙성이 잘 됐는지, 더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색깔이 짙고 연한 정도에 따라서도 분류를 해 놓지요. 또 품질이 좋은 샘플은 프리미엄 상품을 만들기 위한 원액으로 따로 분류해 놓습니다.” 달가노 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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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캘란이 보관 중인 원액 오크통은 모두 7만여 개. 달가노 씨는 이를 낱낱이 평가한 뒤 동질의 샘플을 골라내 보틀링(병에 담아 상품으로 내놓는 것)할 것을 결정한다.
보통 한 번에 500L 용량의 오크통 70여 개를 보틀링한다. 그러므로 증발분을 감안하면 3만 L. 즉 700mL짜리 4만3000여 병에 해당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만이 완전히 동일한 맛과 색을 갖고 있는 셈이다.
위스키메이커는 맛을 창조하기도 한다. 2004년 달가노 씨는 셰리 오크통과 버번 오크통에서 각각 숙성된 원액을 섞는 시도를 했다. 그 결과 나온 제품이 ‘맥캘란 파인오크’. 맥캘란 증류소 180년 역사상 가장 주목받은 신제품이라는 평을 들으면서 달가노 씨에게 위스키 매거진 선정 ‘올해의 혁신자’라는 영예를 안겼다.
달가노 씨는 “위스키에도 아이디어가 중요하므로 수시로 원액을 새롭게 배합해본다”며 “그러나 맘에 드는 맛이 나와도 그 원액이 충분하지 않으면 상품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제품이 쉽게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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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메이커 육성은 철저한 도제식이다. 달가노 씨는 장차 후계자가 될 조수 한 사람만 데리고 맥캘란의 모든 제품을 사실상 혼자 책임지고 있다. 위스키메이커가 여러 사람이면 품질의 일관성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스키 향 속에서 하루 종일 사는 달가노 씨는 정작 일과시간에는 위스키를 전혀 마시지 않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하루 100여 잔을 평가하는 족족 마셔대면 내가 멀쩡하겠느냐”며 웃었다.
스페이사이드=김준석 기자 kjs35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