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발언은 미 행정부의 ‘단호한’ 방침에 무언가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렀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우리 측 전문가들이 “북한 핵문제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한 데 대해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북핵 문제는 전작권과 관련이 없으며 전작권 전환은 2012년 4월 17일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능력(capability)과 조건(condition)의 문제로 나뉜다. 예정된 시점까지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한반도의 전반적인 정치적 조건이 무르익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전작권 단독 행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 정부는 상당한 재원을 투자하는 중이다. 문제는 북핵 문제가 2012년 전환 시점까지 해결되어 정치적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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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안은 능력과 조건이 성숙될 가능성이 희박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이점이 있으나 미국에 레버리지(협상우위)를 주게 되어 한미연합사 체제 유지에 대한 대가를 미국이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전작권 문제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사일 방어, 주한미군 규모의 문제가 혼재되어 소모적 형태의 밀고 당기기를 재연할 경우 어렵사리 회복한 한미 간의 신뢰마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방안은 미국에 불필요한 레버리지를 주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국방비 증액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가 악화된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경우 북한에 그릇된 메시지를 주는 단점이 있다. 한국 내에서 핵 보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셋째 방안은 ‘2012 프로젝트’로 부를 수 있다.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충분히 시도해봄 직한 방안이다. ‘국방개혁 2020’을 중장기 전략에 맞게 수정한 후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지 않아도 2012년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북핵 문제 역시 “김정일 정권이 존속하는 한 해결이 힘들다”는 식의 소극적인 사고를 버리고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대화와 압박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남북관계와 대외관계를 주도해 나간다면 해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전작권 전환을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한미 양국 정상이 만나 한국의 능력과 한반도의 정치적 조건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다면 상호 합의하에 전환 시기를 조정하면 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