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조명 ‘빛 공해’ 생태계 악영향 반딧불이 생체시계 고장나 교미 못해 인체엔 성인병-암 발병률 높이기도 고궁 야간조명 등 ‘빛 관리’ 입법추진
야간에도 대낮처럼 밝은 도심의 모습. 인공 조명이 지나치게 밝으면 철새가 길을 잃는 등 생태계에 혼란을 주거나 생체리듬을 깨뜨려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공해’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빛 공해’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퍼지는 공해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이 전한 영국 왕립 로열천문학회의 ‘빛 공해’에 대한 보고서 내용이다. 빛 공해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퍼지는 공해 중 하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생태계 파괴하는 인공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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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미국 환경단체인 ‘도시 와일드랜드’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빛 공해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각 대학의 연구 결과가 줄줄이 발표됐다. 미국 클렘슨대 연구팀은 높은 탑이나 건물에서 헬리콥터에 건물 위치를 알리기 위해 반짝이는 불빛 때문에 철새들이 건물에 부딪쳐 죽거나 길을 잃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달빛이나 별빛을 보고 이동하는 철새들이 건물 불빛을 별빛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연구팀에 따르면 부화 직후 바다로 향해야 할 새끼 바다거북이 해안 불빛 때문에 육지로 기어가는 경우도 많다. 밤에는 울지 않는 습성이 있는 매미가 밤낮없이 울어대는 현상이나 어두운 밤에 빛을 내 짝짓기를 하는 반딧불이가 눈에 띄지 않는 현상 등도 모두 빛 공해 때문에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다.
○ 건강에도 ‘빨간불’
빛 공해는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준다. 직접적인 피해는 불면증이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백서일 선임연구원은 “인체는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량을 빛의 양에 따라 조절한다”며 “주변이 계속 밝은 상태로 유지되면 생체리듬이 깨져 불면증에 시달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순발력, 창의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당뇨병, 고혈압 증세도 생긴다. 밤에 밝은 등을 오래 켜 놓으면 갓난아기일수록 올바른 수면 습관을 스스로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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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 공해 막기 위한 제도 마련
빛 공해의 유해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과도한 인공조명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빛공해방지법 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환경부 장관은 5년마다 빛 공해 방지계획을 세워야 한다. 조명환경관리구역도 허용하는 빛의 양에 따라 여섯 종류로 나누어 지정된다. 제1종은 빛 공해로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지역으로 가장 강한 규제가 적용된다. 제6종은 지역은 행사가 있을 경우 일시적으로 강한 조명을 쓸 수 있다.
서울시도 올해 8월 ‘건축물 경관조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건축물 경관조명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건축물 경관조명은 친환경성, 에너지 절약 등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오후 11시가 넘으면 켤 수 없도록 규제한다. 문화재 보존지구에서는 경관조명 설치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예정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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