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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보다 마을 전통이 우선”

입력 | 2009-10-17 02:30:00

英 작은 마을 주민 똘똘 뭉쳐
거대 유통사 마트 건립 막아




영국 최대 유통전문회사 테스코도 인구 1만8000명의 작은 마을 홈퍼스를 이길 수 없었다. BBC방송의 장수 시트콤 ‘마지막 여름 와인(Last of the Summer Wine)’의 촬영지로도 이름난 이 마을의 주민들은 똘똘 뭉쳐 테스코의 대기업슈퍼마켓(SSM) 진입을 막아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4일 홈퍼스가 테스코를 물리친 바탕에는 마을의 전통과 개성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철저한 조사 연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테스코는 홈퍼스 중심가에서 3km 떨어진 외곽에 5800m²(약 1750평) 규모의 SSM을 짓겠다며 시청에 설립 신청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자영업자 빌 오브라이언 씨와 주부 마거릿 데일 씨는 SSM에 홈퍼스만의 독특한 향취가 위협받을 것을 우려했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인터넷에 ‘특별한 홈퍼스를 지키자(Keep Holmfirth Special)’는 캠페인 사이트를 만들고 뜻을 같이하는 주민을 모으기 시작했다.

가장 힘든 싸움은 주민의 무관심을 돌려세우는 일이었다. 마거릿 씨는 “사람들은 처음에 ‘테스코 같은 대기업을 어떻게 당해’라고 생각했었죠. 테스코가 바란 것도 이런 무력감이겠죠”라고 말했다. 이들은 ‘테스코는 악(惡), SSM 무조건 반대’라는 네거티브 운동은 배제했다. 대신 SSM이 들어설 때 마을의 교통, 환경, 관광사업에 미칠 영향에 관한 자료를 끈질기게 연구했다. 교통 관련 자료만 A4용지 900장이 넘었다. 물론 테스코의 SSM을 반기는 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오브라이언과 마거릿 씨의 캠페인을 “매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자영업자들의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오브라이언 씨 등은 24시간 운영되는 SSM이 마을에 가져올 부정적 효과를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다. 야채가게 주인 앤드루 브래이 씨는 “영국 도처에 퍼진 대기업슈퍼마켓이 들어서면 홈퍼스의 다양하고 인간적인 삶은 사라질 것”이라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캠페인 결과 마을 주민 1189명은 SSM 설립 허가를 결정할 시의회에 반대 편지를 보냈다. 테스코 측은 시의회 표결을 며칠 앞둔 이달 초 신청을 철회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셈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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