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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특집]현장에서/1인가구를 위한 집은 어디에…

입력 | 2009-08-27 02:53:00


2년차 직장인 박모 씨(28)는 요즘 고민이 많다. 대학 시절부터 살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월세집의 계약기간이 이달 말 끝나 직장이 있는 강남구로 이사를 준비하는데 집을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 고정 수입을 원하는 건물주들은 가급적 보증금을 적게 받고 월세로 많은 돈을 받기를 바랐다.

박 씨가 30m²가 채 안되는 방 값으로 매달 내는 돈은 60만 원. 은행 정기적금에 붓는 돈보다 많은 금액이라 박 씨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월세가 아까워 차라리 대출을 받아 소형 아파트라도 전세로 얻어 볼까 했지만 요즘과 같은 전세금 급등 시대에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박 씨와 같이 전세고민, 월세고민을 떠안은 1인가구는 계속 늘고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는 1995년 164만 가구에서 2005년 317만 가구로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30년에는 471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인가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만 1인가구를 위한 저렴한 소형 주택 공급은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주택도시연구원이 수도권 주택의 수급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1인가구가 주로 사는 지역 대부분이 넘쳐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표적 1인가구 거주지인 서울 관악구는 1인가구 수가 전체의 3분의 1인 6만 가구를 넘는데도 전용면적 46m² 이하 주택은 14%에 불과했다. 반면 63∼96m² 중대형 주택은 32%, 129m² 이상 대형 주택도 20%나 됐다. 여러 기업의 사무실이 몰려있어 새내기 직장인을 중심으로 1인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강남구 역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대표 지역 중 하나다.

그러나 1인가구가 살 만한 저가 소형 주택은 서울 외곽 지역에 집중적으로 공급돼 실제 수요자들이 몰린 지역과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계량화한 접근보다는 지역별 수요의 특성에 맞춰 각종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전세 수요가 많은 중소형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전세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안을 살펴보면 1인가구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기 위해 건설주에게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고 지원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당장의 전세대란에 대응하기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박 씨와 같은 1인가구가 전월세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양질의 소형 주택이 균형있게 공급되기를 바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