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후세인 신문 기록 공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사진)이 “이란에 약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미 국립문서보관소는 2004년 2∼6월 연방수사국(FBI)이 25차례에 걸쳐 후세인을 신문한 내용을 기록한 보고서를 1일 공개했다. 이라크를 24년 동안 통치했던 후세인은 2003년 12월 13일 미군에 체포됐으며, 2006년 12월 30일 교수형이 집행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먼저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후세인을 상대로 WMD 존재 여부를 집중 추궁했지만 그는 “WMD를 갖고 있었다면 미군에게 사용했을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도 이라크가 유엔의 WMD 관련 사찰을 거부한 것은 이란 때문이었다고 후세인은 주장했다. 1980∼1988년 이란과 전쟁을 치른 뒤 이란은 국방력을 계속 증강한 반면 이라크는 유엔 제재로 국방력이 오히려 약화된 것을 후세인이 걱정했다는 것. 이 때문에 그는 “유엔의 사찰을 거부함으로써 미국의 반발을 사는 것보다 (사찰을 통해) 이라크 약점이 이란에 알려지는 것이 더 큰 걱정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고서는 적었다.
또 후세인은 “오사마 빈 라덴은 광신자(zealot)로 그와 만난 적조차 없다”며 알카에다와의 연계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이어 “미국의 적과 협력해야 했다면 (알카에다가 아니라) 북한이나 중국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사관이 “공식석상에 ‘가짜 후세인’을 내보냈다”는 소문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영화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전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숙소를 옮겨 다니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