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9000원짜리 제품 크게 늘것”
“수표 발행비 등 年3200억 절약”
새 고액권 23일부터 유통“5000원과 헷갈려” 우려도
#사례1=와인유통업체인 와인나라는 5만 원권 발행일(6월 23일)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5만 원권이 나오면 4만 원대 와인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인선 마케팅본부장은 “대형마트에서는 주로 1만∼2만 원대, 와인 전문 소매점에서는 2만∼3만 원대 와인이 많이 팔린다”며 “5만 원권이 유통되면 고급 와인을 구매하거나 싼 와인을 2병씩 사는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2=은행과 증권사 직원들도 5만 원권 발행을 기다리고 있다. 수표 발행 및 관리에 따른 비용과 부담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이경라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팀장은 “직원이 매일 거래은행에 가서 수표를 수십 장 찾아와 번호를 일일이 입력하고 손님들에게 내줄 때도 번호를 기록했다”며 “5만 원권 발행으로 10만 원권 수표 수요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973년 1만 원권이 발행된 이후 36년 만에 등장하는 새 고액권 5만 원. 요즘 유통·금융업계는 ‘새돈 맞이’ 작업이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은 23일 5만 원권 신권 발행에 맞춰 ‘5만 원 복(福) 상품전’을 열고 의류 등을 5만 원에 할인 판매할 계획이다. 우길조 상품총괄팀장은 “고액권 발행에 맞춰 5만 원짜리 상품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라며 “5만 원권이 유통되면 앞으로 수표 결제 때 불편함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권당국인 한국은행은 5만 원권 발행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은 10만 원권 자기앞수표의 제조 및 취급 비용 2800억 원, 1만 원권 수요 감소로 인한 화폐 제조 및 관리 비용 400억 원 등 연간 약 3200억 원의 비용이 줄 것으로 추산한다. 소비자들이 휴대해야 할 지폐 장수가 크게 줄고 현금 입출 및 계산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액권 발행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보는 곳은 현금입출금기(ATM) 제조업체. ATM 제조업체인 청호컴넷은 올 들어 주가가 117% 급등했으며 위폐감별기 제조업체인 에스비엠 주가도 274%나 치솟았다.
새 고액권 유통에 따라 우려되는 부작용도 많다. 우선 5만 원권(가로 154mm×세로 68mm)이 5000원권(142mm×68mm)보다 약간 크지만 색깔이 비슷해 헷갈릴 가능성이 높다. 롯데마트는 5만 원권과 5000원권의 착오를 줄이기 위해 18일 각 점포에서 계산 업무 담당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한다.
불법자금의 단위가 커질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1만 원권(148mm×68mm)은 사과상자에 5억 원, 007가방에 1억 원이 들어갔지만 5만 원권을 사용하면 사과상자에는 25억 원, 007가방에는 5억 원을 넣을 수 있다. 5만 원권 위조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고액권 발행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미 일부 소비재 업체는 4만 원대 물건 가격을 5만 원 가까이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조금, 세뱃돈, 봉사료(팁) 등의 단위도 커질 수 있다. 주인규 코오롱패션 쿠아 영업팀장은 “지금까지 기획상품 가격은 대부분 3만9000원, 5만9000원짜리였고 4만9000원짜리는 드물었다”며 “5만 원권이 유통되면 4만9000원짜리 상품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