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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산책]유지영/해외 어학연수, 계획 없이는 효과 없다

입력 | 2009-06-04 02:59:00


호주에 어학연수를 온 한국 학생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다. 모여서 한국 드라마 시청으로 밤을 새우고 한국보다 몇 배 비싼 소주 댓 병을 순식간에 비운다. 끼리끼리 어울리니 영어 실력은 늘 제자리. 이들은 호주 농장에서의 고강도 작업에 지치고 한인 업소의 저임금에 질려 차이나타운을 서성인다. 매년 방학 때마다 해외로 몰려가지만 목적 달성도는 제로(0)에 가깝다. 다인종 다문화가 공존하는 호주 사회에서조차 이방인을 자처하며 서럽게 살 뿐이다.

문제의 원인은 계획성 없는 출국에 있다. 대학생이 인터넷에 떠도는 성공담이나 실패담, 유학원 정보에만 의존하는 모습은 보기 민망하기까지 하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유학 과정을 설계하는 노력은 실종된 지 오래다. 이젠 외국에 나가면 영어 실력이 늘겠지 하는 식의 무모한 생각을 버리고, 유학 전 철저하게 자기 맞춤용 계획을 세워보자. 관광청에서 무료 가이드북을 받아 현지 정보를 얻고 웹 사이트를 통해 해당 기관의 관계자에게 직접 입학 문의를 해보는 것이 좋다. 남의 유학이 아닌 자신의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호주에는 본전을 뽑을 만한 대상이 충분하다. 남이 다 거친 영어연수+농장체험 코스를 선택하기보다 호주오픈, F-1그랑프리 같은 행사의 현장 스태프로서 국제 감각을 쌓는 식으로 새로운 코스를 짜보는 것이 좋다. 디플로마 취득 과정(전문대 학위·6개월∼2년)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농장이나 한인 업소가 아니어도 배우며 일할 자리는 차고 넘친다는 얘기다. 훗날 20대를 추억할 때 최고의 자산이 될 만한 경쟁력 있는 자기만의 플랜을 짜보자. 주체적으로 해외 연수를 준비하는 자세를 기대한다.

유지영 호주 멜버른대 졸업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