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이 낙원에서 선악과를 따먹고 쫓겨나는 사건은 성서뿐 아니라 이슬람 경전인 쿠란(코란)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두 경전의 해석은 다르다.
○ “선악과 따먹은 아담 용서받아 원죄 사라져”
성서는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은 게 인간의 원죄여서 하나님이 인간의 형상으로 세상에 내려와 대속(代贖)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본다. 쿠란은 아담이 낙원에서 쫓겨났지만 선악과를 먹은 데 대해서는 용서받았기 때문에 원죄가 생기지 않았고, 하나님이 이 땅에 내려올 필요성도 없었다는 시각이다.
최영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의 ‘꾸란과 성서의 예언자들’(살림·사진)은 아담, 노아, 아브라함, 예수 등 쿠란과 성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각 경전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성서와 겹치는 22명을 포함해 쿠란에 이름이 언급된 예언자 25명의 이야기다.
○ “아브라함 장자상속은 이삭 아닌 이스마엘”
두 경전의 해석이 크게 갈리는 부분은 아브라함과 관련돼 있다. 아브라함이 신(알라 또는 하나님)의 명령에 복종해 자신의 아들들 중 누구를 장자로 인정했느냐다. 쿠란은 몸종에게서 태어났지만 첫 번째 아들인 이스마엘을 장자로 인정하지만 성서는 이스마엘보다 10여 년 늦게 태어났지만 본처가 낳은 이삭을 상속권자로 보기 때문. 원죄 여부에 대한 시각에서 비롯된 인식의 차이는 예수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성서에서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를 쿠란은 ‘예수(Isa)’, ‘메시아(Al-Masih)’, ‘마리아의 아들’ 등으로 표현하며 알라의 사도라고 전한다. 쿠란은 인간의 정자와 난자 없이 흙으로 빚은 아담에게 신성을 부여하지 않은 것처럼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예수를 인간으로 간주했다고 최 교수는 설명한다.
○ 노아-다윗-솔로몬 등은 해석 비슷
이름만 다를 뿐 두 경전이 같은 모습으로 묘사하는 인물들도 있다. 쿠란에서 ‘예언자들의 어른’으로 간주하는 ‘누흐(Nuh)’는 성서의 노아. 두 경전은 모두 그가 950년을 살았으며 대홍수를 겪으며 방주를 만들게 했다고 기록한다. 다윗과 솔로몬 등에 대한 해석도 대체로 비슷하다. 저자는 “이슬람의 알라와 기독교의 하나님은 동일한 창조주의 다른 이름이며 두 종교의 경전도 대체로 동일한 인물과 사건을 다루지만 약간의 해석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