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무리한 처사… 당분간 中가지말라”
양국 신종 인플루엔자 갈등
신종 인플루엔자A(H1N1)를 둘러싸고 중국과 멕시코 간 날선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중국의 총력 방역조치에 멕시코 정부는 상당히 격앙돼 있다. 주로 자국민을 겨냥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중국 정부는 2일 멕시코와의 항공편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멕시코에서 온 일반 관광객까지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하루 앞서 멕시코인 감염자가 중국 상하이(上海)를 거쳐 홍콩으로 들어간 사실이 확인되자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승객 전원에 대해 강도 높은 방역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상하이와 베이징(北京) 등 중국 전역에 걸쳐 70여 명의 멕시코인이 호텔과 병원에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측은 이들이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으며, 특히 일부는 멕시코에서 오지 않았음에도 단지 멕시코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격리됐다고 항의했다. 캄보디아로 휴가를 갔다 중국으로 돌아온 광저우(廣州) 주재 멕시코 영사까지 잠시 격리됐을 정도라는 것.
2일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교장관은 “중국이 무리한 처사를 하고 있다. 당분간 중국에 가지 말라”며 중국에 포문을 열었다. 3일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국영 TV에 나와 “무지와 잘못된 정보로 일부 국가에서 강압적이고 차별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중국을 우회 비판했다.
이날 호르헤 과하르도 주중 멕시코 대사는 “중국 측이 관련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대사의) 호텔 출입까지 막았다”며 “이런 식의 조치를 취하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고 중국을 맹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멕시코에 자국 여행객 수송을 위해 전세기를 보내려 했으나 멕시코 정부가 이날 착륙허가를 내주지 않아 전세기를 보내지 못했다. 멕시코 정부는 4일에는 되레 중국에 격리된 자국민을 수송하기 위해 전세기를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4일 새벽 멕시코에 200만 달러어치의 원조품 제공을 전격 결정하고, 비행기를 출발시켰다. 신종 인플루엔자 발발 직후인 지난달 29일 500만 달러 상당의 물품과 자금을 보낸 데 이은 두 번째 조치다. 중국 외교부는 4일 “일련의 조치는 멕시코인을 겨냥한 게 아니라 순전히 위생검역의 문제”라며 멕시코 측에 이해를 당부했다.
멕시코 정부도 이날 오후 중국 정부의 비행기에 착륙허가를 내주는 등 약간 수그러드는 듯하다. 중국 정부 역시 멕시코 전세기의 중국 착륙을 허가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에 여행제한 권고조치를 하고 싶지만 미국 등의 반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태라고 외신은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