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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핵 개발로 세습체제 지키기, 北주민엔 재앙이다

입력 | 2009-04-27 02:58:00


북한이 그제 영변 핵시설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제재위원회가 북의 로켓 발사 대응책으로 북 기업 3곳을 제재 대상으로 선정한 데 대한 일종의 맞대응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북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하자 북은 24일 억류 중인 미 여기자 2명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고 2차 핵실험을 시사했다. 누가 이기는지 보자는 듯이 세계를 상대로 어깃장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북은 2주 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의장성명 채택에 ‘6자회담 거부와 핵 개발 재개’로 맞서겠다고 공언했다. 보관 중인 폐연료봉 6500여 개를 재처리하겠다는 것은 이 같은 공언을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저들은 국제사회와의 비핵화 약속에 따라 불능화 작업을 진행하던 핵시설들도 머지않아 정상 가동하려 들 것 같다.

김정일 집단은 핵 개발이 “적대세력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전쟁 억지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 지금 북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국제사회는 오직 북이 동북아의 군비 증강을 초래하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핵 개발을 포기하고 정상 국가의 길을 걷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 충분한 보상도 해주겠다는 것이 6자회담 합의다. 핵 개발이 세습독재 체제를 지키기 위한 외부 위협용이자 내부 단속용임을 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도, 김정일 집단은 국제사회의 선의를 왜곡하며 주민을 속이기에 바쁘다.

북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받을 반대급부는 막대하다.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이 약속한 경제적 보상 말고도 당장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으로 주민들을 기아에서 구해낼 수 있다. 남북경협의 활성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경제난의 구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북의 핵 고수는 주민에게 이런 기회를 박탈하는 재앙이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해지면 결국에는 북 체제도 고사(枯死)로 치닫게 될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스스로 핵에 대한 망상을 접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실효성 있는 압박을 가해 북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과 오래 우호 관계를 유지한 중국과 러시아의 노력이 긴요하다. 두 나라는 김정일 정권을 설득해 개혁 개방을 추구한 자신들의 노선으로 끌어들이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노력에도 힘을 보태야 한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이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에서 흔들림 없이 일관된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