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성적이 들쑥날쑥하자 속칭 ‘박빠’와 ‘박까’ 팬들이 등장했다. 박빠는 박찬호를 옹호하는 팬이고 박까는 안티 팬들이다. 언젠가부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놓고도 박빠와 박까가 등장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며 논쟁을 펼친다.
23일 박지성이 결장한 가운데 맨유가 포츠머스를 2-0으로 완파하자 ‘역시 박지성이 없어야 맨유가 더 잘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현명해’ 등 박지성을 깎아내리는 글이 쏟아졌다. 박까는 박지성이 골을 넣을 때면 ‘역시 줍지성(주워 먹는 지성)’이라고 폄훼한다. 박빠는 ‘탁월한 위치 선정 때문이다’며 발끈한다. 최근 박지성의 강철 체력이 다소 주춤하자 박까는 ‘산소탱크에 산소가 바닥났다’는 글을 올렸다.
박까의 주장은 일종의 악성 댓글이다. 선수 중에는 이런 글을 보고 충격을 받고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어 자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박까 현상은 둘로 볼 수 있다. 먼저 박지성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나오는 현상으로 더 잘하라는 응원의 한 방식일 수 있다. 또 자기 존중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인터넷에 심취해 심한 비난을 늘어놓고 익명성에 숨는 일종의 병리적 현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0년간 외국인 최다인 98골을 터뜨리며 ‘황색 돌풍’을 일으켰던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은 “유럽 빅클럽에서 주전으로 뛰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한다.
박지성의 경우 아직은 박까들의 주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시아의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고양시청)은 일부 누리꾼들이 여성성을 문제 삼자 “저를 칭찬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하기도 바쁜데 그런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어딨어요”라고 의연하게 답했다. 박지성도 꿋꿋하게 그라운드를 누비길 기대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