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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니경 제작시기 통일신라 맞다”

입력 | 2009-04-08 02:58:00


■ 박상국 문화재위원 ‘고려 제작설’ 반박

“8세기 다보탑 세울 때 만들어

1038년 석가탑 보수하며 옮겨”

“국보 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사진)은 740년 창건된 불국사 다보탑에 봉안됐다가 1038년 보수 이후 석가탑으로 옮겨졌다.”

문화재위원인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이달 말 발간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불국사 석가탑 유물보고서’ 1권에 실릴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원장의 논문은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를 두고 논란이 됐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제작 시기가 통일신라시대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2007년 국립중앙박물관은 1966년 석가탑에서 나온 문서 뭉치를 조사한 결과, 이는 1024년(고려 현종 15년) 불국사 무구정광탑, 1038년(정종 4년) 불국사 서석탑을 보수한 기록이며 무구정광탑과 서석탑이 같은 탑(석가탑)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7일 “1024년의 무구정광탑 중수기는 다보탑의 보수 기록이고 1038년의 서석탑 중수형지기는 석가탑의 보수 기록”이라고 말했다. 2007년 조사와 달리 무구정광탑과 서석탑이 다른 탑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1024년 무구정광탑 중수기에는 보수 당시 무구정광다라니경 1권과 무구정광다라니경 9편(偏)이 나왔다는 기록이 있지만, 1038년 서석탑 중수형지기에는 탑 보수 때 무구정광다라니경이 나왔다는 기록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 원장은 “이는 두 기록이 같은 탑(석가탑)을 보수한 것이라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1024년에 있었던 다라니경이 14년 뒤에 사라졌을 리 없고, 중요한 탑 봉안품인 다라니경이 기록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038년 석가탑의 보수를 마친 뒤 다보탑(무구정광탑)에 있던 다라니경을 옮겨 넣었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1038년 기록에 따르면 1036년 경주 일대에 지진이 일어나 석가탑을 처음 보수했고 1024년에 앞서 보수한 다보탑도 지진 여파로 두 번째 보수를 해야 했다. 두 번째 보수하는 다보탑보다 석가탑이 튼튼하다고 판단해 그 안에 다라니경을 넣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원장은 또 탑 보수 기록에 두 탑이 740년 공사를 시작해 742년(천보원년·天寶元年)에 완공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통일신라시대에만 유행한 조탑 신앙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라니경도 740년경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2005년 탑 보수 기록이 알려지기 전까지 무구정광다라니경이 석가탑이 건립된 8세기 중반에 제작된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물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으나, 고려시대의 탑 보수 기록이 나오면서 다라니경을 이때 제작해 넣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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