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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말은 인생의 씨앗

입력 | 2009-04-04 02:55:00


재래시장에서 두 여자가 언성을 높이며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난전에서 야채를 파는 사십 줄의 여자와 시장을 보러 나온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가 뭔가로 시비가 붙어 해결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한순간, 손에 들었던 야채봉지를 땅바닥에 팽개치며 물건을 사려던 여자가 앙칼지게 소리쳤습니다. “평생 길바닥에 앉아서 야채나 팔아 처먹어! 이 무식해 빠진 여편네야!”

싸움의 내막은 알 수 없었으나 그녀가 내뱉은 말은 주변을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말이 허공에 아로새겨져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듯이 섬뜩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말이 단지 뱉고 버리는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몇백 년, 몇천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데 왜 그렇게 끔찍스러운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숱한 말을 입에 올리고 삽니다. 그 말은 발설 순간 스러지는 듯하지만 실상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마디 말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한마디 말이 남의 가슴에 못으로 박혀 평생 상처가 되기도 하고, 한마디 말에 상처를 받아 평생 마음의 장애를 지니고 살기도 합니다. 악담, 악평, 악플 따위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걸 우리는 숱하게 지켜보았습니다.

반대로 좋은 말 한마디는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단지 비유나 상징이 아닙니다. 좋은 말에는 깊은 감화력이 있어 상대방의 심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좋은 말의 자장은 음악처럼 향기처럼 멀리 퍼져나가고 오래 지속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같은 말들이 그렇습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은 인생의 씨앗이 됩니다. 말이 씨가 되어 좋은 결실을 보기도 하고 나쁜 결실을 보기도 합니다. 입은 행복을 부르는 문이 되기도 하고 재앙을 부르는 문이 되기도 합니다. 입으로 들어가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 것에 의해 인생이 좌우되고 운명이 좌우됩니다. 그래서 경전은 입을 조심하고 남을 비판하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합니다. 남을 향하는 비판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말의 부메랑 효과를 지적합니다. 그러니 말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생각하고 그것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일에 신중을 기해야겠습니다. 말이 말을 낳고 말이 말을 부르는 세상, 말이 사람을 살리고 말이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기능을 지니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예부터 말이 많은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허물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 사람 말을 믿지 않게 되고, 그 사람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남들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고,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되고, 말을 퍼뜨려 남을 싸우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항상 말을 아끼고 말을 할 때에는 좋은 말과 나쁜 말의 씨앗을 가려 파종해야겠습니다. 내가 뿌린 말의 씨앗이 모두 나의 결실로 돌아올 터이니 좋은 말의 결실로 풍요로운 인생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작가 박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