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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학원 종합반보다 ‘방과후’ 여러개를 들어라”

입력 | 2009-03-31 02:53:00


《손민우 군(14·서울 반포중 3)과 안종혁 군(13·서울 언북중 2)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매주 다섯 과목 듣는다. 두 사람의 성적은 반에서 7, 8등. 주중엔 사설학원에 다니지 않고 방과후수업만으로 공부한다. 두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말하는 ‘방과후학교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소개한다.》

‘방과후’ 효과 톡톡, 두 학생의 조언

방과후학교는 내신 대비에, 과외·학원은 심화학습에 활용하라

손 군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자기주도학습을, 안 군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방과후학교에서 배운다. 두 사람이 꼽는 방과후학교의 장점은 내신 대비에 좋다는 것. 손 군의 어머니 김복실 씨(51)는 “아이가 담당과목 교사가 직접 하는 방과후수업을 골라 듣는다”고 말했다. 정규수업에서 한 번, 방과후학교 수업에서 또 한 번 강조한 내용이 그대로 시험에 나오기 때문이다. 안 군은 “방과후학교에서는 시험 2주 전부터 과목별로 프린트를 내주는데 ‘이런 문제가 시험에 잘 나온다’고 찍어준 문제는 정말 시험에 나온다”고 했다.

손 군과 안 군은 “방과후학교는 내신대비에, 과외·학원은 심화학습에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방과후학교에서는 교사가 짚어주는, 시험에 나올만 한 핵심 내용을 메모해 내신에 대비하고, 학원에서는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회화를 배우거나 어려운 문법, 작문 등을 폭넓게 배워서 심화학습을 하라는 것.

손 군은 방과후학교와 영어, 수학 단과학원을 병행해보려고 한다. “학교 정규수업 한 번, 방과후학교 한 번, 학원 한 번으로 난도를 점점 높여가며 세 번씩 복습하면 효과적일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안 군은 주말엔 수학, 과학 과외를 받고 있다. 취약한 과목이라고 판단해 별도의 심화학습을 하는 것.

방과후학교 여러 개로 학원 종합반 효과를 누려라

강남교육청 성화숙 장학사는 “방과후학교 수강료는 과목당 월 3만∼6만원으로 서울 대치동 등지 일반학원 수강료의 20∼3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 군은 매주 5과목 총 10주에 54만 원을, 안 군은 매주 5과목 총 8주에 52만7000원을 낸다. 학원 종합반보다 훨씬 저렴해 사교육비가 크게 줄었다.

손 군은 중학교 1학년까지도 학원 종합반에 다녔다. 그러나 학교 방송부 활동을 하면서 매일 오후 5∼10시 빡빡한 스케줄로 공부하고 숙제도 많은 학원과는 잘 맞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시작한 방과후학교는 국·영·수·사·과를 모두 배우지만 밤늦게까지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고 숙제의 양도 적어 밀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안 군 역시 초등학교 때는 학원수강이나 학습지로 국어 영어 수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방과후학교를 중심으로 과외를 병행하면서 공부하게 됐다. 피부마사지숍을 운영하는 안 군의 어머니 이은숙 씨(46)는 “맞벌이라 서울 대치동의 다른 엄마들처럼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자녀를 바래다주는 ‘로드매니저’ 역할을 할 수 없는데, 학교에서 늦게까지 보살펴주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방과후학교의 성적관리, 출결관리가 학원 종합반만큼 철저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이가 지각이나 결석을 할 때면 어김없이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왔고, 방과후학교에서 치른 시험결과도 문자로 알려줬기 때문이다. 수학에 약했던 아들 안 군을 위해 방과후학교 강사가 직접 ‘평가에서 40점을 받아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강의를 듣는 18명의 평균은 75점이고, 최고 점수는 92점입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정보를 문자로 보내주기도 했다.

원리 위주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라

방과후학교 수업은 학원식 선행학습보다는 학교 정규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보충·심화학습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대부분 하고 있는 선행학습을 안 해도 불안하지 않을까? 손 군을 지도하는 반포중 정경남 방과후학교·특별활동부장은 “학원에 많이 시달리지 않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든 까닭에서인지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게 손 군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손 군은 방과후학교 수업에서 푼 문제집 중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교무실을 찾아 그 원리가 이해될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안 군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고 나면 배운 내용을 정리한 과목별 노트를 만든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수학 43점을 받았던 안 군은 방과후학교 수학교사로부터 “서술형 문제를 많이 틀리니까 공식에 얽힌 개념을 평소 잘 정리해둬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문제만 풀고 수학적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안 군은 이때부터 방과후학교 수업 중 교사가 강조한 개념이나 반복해 나오는 문제유형의 풀이과정을 노트에 별도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수학성적은 1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70점대 중반으로 올랐다.

자기 수준에 맞는 반을 선택하라

손 군과 안 군은 과목마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반을 신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무조건 높은 수준의 반을 선택한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반포중 정덕자 교장은 “방과후학교는 원리를 먼저 이해하고 응용문제 해결력을 키워 ‘진짜 실력’을 길러주는 데 목표가 있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의 실력에 맞는 반을 처방해준다”고 설명했다.

반포중은 국·영·수·사·과 방과후학교를 ‘기초반-중상반-심화반’의 3단계로 나눠 운영한다. 손 군은 내신 70∼80점대인 수학, 사회 과목은 중상반으로, 내신 80∼90점대인 국어, 영어, 과학은 심화반으로 수강한다.

언북중은 방과후학교를 과목마다 내신반과 심화반으로 나눴다. 내신반은 개념 설명 위주로, 심화반은 문제 유형 위주로 가르친다. 안 군은 영어, 수학, 과학은 내신반을, 국어, 사회는 심화반을 신청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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