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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174명이 만든 ‘공교육 선물세트’

입력 | 2009-03-19 02:53:00


서울 전문계高 교사들 2년간 학습지도안 48종 개발

방학 반납하며 팀별 작업

‘만능’ 직업교육교재 제작

용역 맡겼다면 100억 상당

교사의 열정은 살아 있었다. 서울시내 전문계고 교사 170여 명이 2년간 방학을 반납해 가며 총 48종의 ‘디지털 학습 지도안’을 자체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공업계와 상업계 등 174명의 교사는 지난해 18종의 학습 지도안을 시범 개발한 데 이어 올해 초 30종을 추가로 개발했다. 교사들은 개발한 학습 지도안을 전국의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 직업교육정보센터 홈페이지(www.happy-4u.net)에 ‘G(글로벌)-교수학습 과정안’이란 이름으로 모두 공개했다.

교사들이 만든 학습지도안은 기존 교과서 내용뿐만 아니라 평가용 문제, 참고서 내용까지 망라된 ‘만능’이다. 또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를 기반으로 만들어 내용을 손쉽게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학습지도안 내용은 전체를 재해석해 프로젝트 방식으로 새롭게 꾸몄다. 예컨대 공고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프로그래밍을 배운다고 하면 예전에는 화면으로만 작동 여부를 점검했는데, 구동장치를 달고 디자인을 곁들이는 법까지 담아 무당벌레 장난감을 만드는 식으로 바꿨다.

프로젝트 방식으로 교과서를 세분하다 보니 예일디자인고 최균경 교사가 개발한 ‘드로잉과 디자인’처럼 기존에는 없던 과목도 등장한다.

최 교사는 “교과서의 틀을 새로 짰고, 드로잉 진행 과정을 보여 주기 위해 캠코더를 옆에 켜 두고 수십 번 직접 그림을 그려서 교과서에 담았다”고 말했다.

2007년 봄, 독일과 스위스로 직업교육 견학을 갔던 전문계고 교사 40명은 스위스 직업교육 교수학습과정안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증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세계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한국도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할 수 있다며 국제공인을 받을 수 있는 학습지도안 제작을 논의했다.

서울시교육청 직업진로교육과는 교과서 제작에 참여할 교사들을 모으고 교과서를 만드는 방법을 연수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교사들은 3, 4명이 1개 팀을 이뤄 6개월 동안 1개 학습지도안을 만들었다. ‘여행업무’를 개발한 세민정보고 조유현 교사는 “공항에 가서 항공사 직원이 티케팅하는 장면은 물론 항공사에 부탁해 기내에서 이뤄지는 출발 준비 상황까지 담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방과 후에 2, 3시간씩 30시간의 기본 연수를 받았다. 제작에 들어가서는 검수위원들로부터 세 번이나 반복 점검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3∼2004년 컴퓨터를 이용한 교과목을 개발하면서 과목당 2억 원의 용역비를 준 것과 견주어 보면 이들이 만들어낸 프로젝트는 ‘100억 원짜리’쯤 되지 않을까.

시교육청 김환섭 직업진로교육과장은 “100여 종까지 지도안을 늘린 뒤 영문 버전을 개발해 국제인증을 받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