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코디’들은 정수기 등 생활가전제품을 대여한 고객의 가정을 2개월에 한 번씩 방문해 무상으로 제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웅진코웨이는 현재 전국에 코디 1만1000명을 두고 있다. 사진 제공 웅진코웨이
정수기-화장품-통신상품, 전문가급 여성 방문판매원 맹활약
‘불황에는 아줌마 수다가 힘.’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여성 방문판매원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인맥 네트워크와 제품 기능을 설명하는 능력, 또 실제 구매로 유도하는 설득력이 불황기에 고객의 지갑을 여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일부 업체들은 방문판매 여성들을 단순한 판매직이 아닌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키워내기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 복잡한 제품엔 설득력이 필수
웅진코웨이는 10여 년 전 일정 금액을 내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등 생활가전제품을 빌려주는 ‘렌털 사업’을 시작하면서 ‘코디(코웨이 레이디)’ 제도도 함께 도입했다.
고객 가정을 방문해 대여 계약을 하고 정기적으로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디들을 위해 웅진코웨이는 전국 18곳에 교육장을 세우고 93명의 전문 강사를 배치했다.
일반 고객 가정을 재현한 교육장에서 신입 코디들은 실제 상황에 가까운 고객 응대 교육을 140시간씩 받는다. 제품 점검과 세일즈, 서비스 교육까지 받고 나면 평범했던 주부들도 설득의 제왕으로 거듭난다.
특히 TV, 세탁기 같은 대중적인 제품이 아닌 기능성 제품이 많다 보니 코디들의 설득력이 고객 확대를 좌우한다. 2개월에 한 번씩 무상으로 부품을 교체하거나 점검해주는 ‘사전 서비스(BS)’는 불황기 고객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코디들에게 ‘코디=웅진코웨이의 핵심 인력’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제품을 같이 끼워 팔아 줄 수 있느냐는 대기업들의 요청도 코디들의 정체성을 고려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도 16일부터 통신 서비스 설치 및 애프터서비스(AS) 기사가 고객 가정을 방문할 때 여성 상담원인 ‘행복코디’를 동행시킨다.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TV(IPTV) 등 복잡한 통신 상품 및 요금제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 판매원이 아닌 전문가로
오랜 방문판매 역사를 가진 업체들은 최근 방문판매 여성들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키워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1964년 방문판매를 시작해 현재 방문판매 직원만 3만3000명인 아모레퍼시픽은 이들 ‘아모레 카운슬러’를 ‘뷰티&헬스 전문가’로 키워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규 아모레 카운슬러들은 우수 카운슬러들의 영업 스킬과 노하우를 표준화한 회사 교육 프로그램을 통과해야 한다. ‘예비 과정’부터 ‘지부장 과정’까지 총 8단계의 교육을 받은 뒤 단계별로 시험을 통과해야 다음 과정으로 승진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들에게 ‘미용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회사 차원의 별도 자격증도 만들어 수여한다. 매년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카운슬러에게는 자동차를 증정하기도 한다.
38년째 ‘야쿠르트 아줌마’ 제도를 이어온 한국야쿠르트 역시 이들의 역할을 ‘건강관리 컨설턴트’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1만3500여 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는 1년에 2차례씩 본사 ‘친절 아카데미’에서 서비스 전문 교육을 받는다. 이 아카데미는 전면 대형 3각 거울을 설치해 아줌마들이 자신의 고객 응대법을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아줌마들에게 직장 여성 및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세련된 디자인으로 근무 복장을 바꾸는 등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