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陝西) 성 대표단의 연락원입니다. 당 서기께서 이번에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일정이 많으셔서 기자님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꼭 직접 전화를 걸어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중국에서 특파원으로 3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관공서에서 이런 ‘공손한’ 전화를 받아보기는 양회(兩會) 기간을 포함해 이번이 처음이다.
양회는 우리나라의 국회 격인 전국인대와 중국 유일의 정치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정협) 대회를 아우르는 말로 매년 3월 초 열린다.
인터뷰 신청을 하면 대개 회신 자체가 없거나 양회 언론담당 직원을 통해 ‘인터뷰 요청 거절’이라는 간단한 전화나 휴대전화 메시지만 왔는데 이번엔 크게 달라졌다. “여기가 중국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각 대표단의 연락원에게 문의 전화를 걸었을 때 바로 연결이 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1시간 안에는 전화가 왔다.
기자는 이번 양회 기간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25명과 31개 성(省)의 당 서기 및 성장 등 95명에게 인터뷰를 신청했다.
이들 중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25명 등 국가영도자급 간부 33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단독 인터뷰는 불가능하다”고 양해를 구하며 공식 기자회견이나 공동 인터뷰를 허용했다.
800명의 외신기자를 포함한 3000명의 내외신 기자가 인터뷰 신청을 했던 만큼 기자는 단독 인터뷰는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달라진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양회에 참석하는 국가영도자나 대표단 차량을 우선 통행시키기 위해 예전엔 20∼30분 전부터 일반인의 차량을 통제했지만 지금은 구간별로 3∼5분에 그친다.
양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이 위치한 톈안먼(天安門) 광장 부근에서 행인들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검사하는 공안들의 태도도 부드러워졌다.
언뜻 사소한 변화로 보인다. 그렇지만 중국 공직자들이 일반 서민을 무시하거나 낮춰 보지 않고 섬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자세의 변화다.
이전엔 말로만 떠들던 중국 공직자들의 ‘푸우런민’(服務人民·인민에게 봉사) 구호가 이제는 하나씩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