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녹색뉴딜사업의 하나로 2018년까지 1조2500억 원을 들여 전국을 일주할 수 있는 환상선과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4대 강을 연결하는 3114km의 자전거 고속도로망을 만든다고 한다. 여기에 이미 지방별로 건설한 하천변 자전거도로를 연결하면 전국적 자전거 고속도로망이 생긴다.
이런 자전거 고속도로망도 접근할 수 있는 시내 자전거도로망이 없으면 이용하기 힘들다. 그동안 도시마다 상당한 규모의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지만 별로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안전이 보장되지 못해서다. 자전거도로라 하지만 인도를 쪼개 만들다 보니 제 구실을 할 수 없었고 그나마 인도가 좁아지는 곳이 많아 연속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해결책으로 서울시는 인도 대신 차로를 쪼개 도로 양쪽 방향으로 폭 1.5m 정도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성공하기 어렵다. 국내 자동차 운전행태로 보아 차로 바로 옆에서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가 없으며, 도시 구조상 도로에 진출입구가 많아 차량과 자전거의 잦은 충돌을 피할 도리가 없다. 또 갓길은 택시와 버스가 정차해야 하고 불법주차가 많아 이들을 비키려면 차로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모처럼 만드는 전국적 자전거 고속도로망이 정작 사람이 많은 시내에 들어와 연결이 끊어지고 만다면 일부 동호인의 오락 레저 시설로 전락하고 만다. 교통은 쇠사슬과 같다고 한다. 사슬의 고리가 다 튼튼해야지 그중 하나만 약해 끊어져도 제구실을 못한다는 뜻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도로변 버스전용차로에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과감하게 도로 중앙으로 옮김으로써 많은 문제를 해결했듯이, 그래서 단번에 버스의 속도와 격을 올려놓았듯이 자전거도로도 도로 중앙에 만들자는 얘기다. 도로 중앙분리대 대신 폭 3m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자전거 전용차로로 사용하면 완벽한 자전거 고속도로망을 만들 수 있어 누구나 마음 놓고 탈 수 있다.
과연 그런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아스럽겠지만 국내 대부분의 도로는 가장자리에 상당한 여유가 있어서 버스가 정차하거나 불법 주차를 수용하고도 통행이 될 정도이다. 사실 지금 만드는 도로변 자전거 전용도로도 이런 여유 공간을 할애하여 쓰자는 구상이다. 도로 양측의 여유 공간을 중앙으로 몰아 합하면 3m 정도의 폭이 나온다. 또 도로 중앙에는 어차피 안전을 위해 쓰지 않는 중앙분리대 공간이 최소한 0.5m는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도로에서는 이런 공간을 중앙으로 몰아 폭 3m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가능하다.
도로 한복판에서 자전거를 타려면 안전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자전거도로 양쪽에 방호책을 설치하여 차량 통행과 완전 격리하면 된다. 차량의 중앙선 침범 사고는 다 없어지고 자전거도 중앙차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횡단보도를 이용하게 되어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 모든 도로에 이러한 자전거 중앙차로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전체 네트워크를 위해 꼭 필요한 교통축에서 가장 무난한 도로를 골라서 만들어야 한다.
차량이나 보행 통행과 완전히 독립된 자전거 전용도로 체계가 형성되면 자전거 이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관련 부대사업도 많이 발생한다. 가장 중요한 사업은 공용 자전거 서비스이다. 값싼 정기 패스로 누구나 전용도로망에 설치한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서 다른 자전거 대여소에 반납하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이는 유럽에서 최근 성행하는 제도이다. 프랑스 파리에는 공용자전거 대여소가 200m 간격으로 모두 1500곳이나 되며 공용자전거도 2만 대나 비치되어 있다.
신부용 KAIST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