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최선의 기회다.”
세계 동시 불황의 와중에서 한국 전자업체들은 올해 세계 시장점유율(MS)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내년에도 적극적인 점유율 확대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29일 디스플레이서치(TV),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휴대전화), 아이서플라이(반도체)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2005∼2008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휴대전화, 액정표시장치(LCD) TV 등 주요 전자제품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특히 LCD 패널은 경기 불황에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까지 겹쳐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세계 시장 장악력은 크게 높아졌다.
올해 1∼11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192억700만 달러와 145억4200만 달러의 매출액을 올려 세계 시장 점유율이 26.2%, 19.8%에 이르렀다. 두 회사를 더하면 전체 시장 절반에 가까운 46.0%로, 2005∼2007년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4분기(10∼12월)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췄지만 3, 4위에 포진한 AUO, CMO 두 대만회사가 공장 가동률을 더욱 큰 폭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에 내년에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CD TV 분야에서는 2006년 세계시장 점유율 13.5%로 1위에 오른 삼성전자가 올 1∼9월 누적점유율 기준으로 20%를 처음 넘어섰다. LG전자도 올해 1∼9월 705만 대(9.9%)를 팔아 첫 두 자릿수 점유율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네덜란드 필립스가 헬스케어와 조명 부문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면서 올해 점유율이 8.3%까지 떨어졌고, 2005년까지 1위였던 일본 샤프의 점유율도 3년 만에 반 토막이 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휴대전화 부문은 핀란드 노키아의 아성이 건재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추격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3분기(7∼9월) 북미 시장에서 모토로라를 제치고 처음 1위에 등극하는 등 세계시장 점유율을 17.1%까지 끌어올렸다. 1∼9월 누적 기준으로는 16.3%.
LG전자도 1∼9월 점유율이 8.5%로 지난해까지 판매량이 배나 많던 모토로라를 턱밑까지 쫓아갔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