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수 있나요. 종업원부터 줄였죠.”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냉엄했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종업원부터 줄였다. 퇴직금을 안 주기 위해 종업원에게 일정기간 휴무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주인은 종업원을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에 가입시키지도 않았다. 자영업의 위기는 자영업자 본인뿐 아니라 종업원 같은 서민층의 몰락으로도 직결되고 있었다.
▶본보 1일자 A1·5면 참조
▶ 2008년 한국, 우울한 연말
▶ “쇼핑몰 한층에 손님은 1명뿐”
▶ 자영업자 62% “한달 벌이가 최저생계비도 안된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스러웠다. 직장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청년실업자가 늘면 가뜩이나 넘치는 자영업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제살 뜯어먹기식 출혈 경쟁이 가속화하고 그만큼 퇴출되는 사람도 많아진다는 얘기다.
2006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6.5%로 미국(7.3%)이나 일본(9.9%)에 비해 턱없이 높다.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조차 살아남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처럼 자영업자가 많은 것은 한국 산업구조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직장에서 밀려나와 생계형 창업에 뛰어든 사람이 많았던 것도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당시 정부는 실업률이 치솟자 이를 낮추기 위해 창업자금을 싼 이자로 빌려주는 등 근시안(近視眼)적 대책에 급급했다.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수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자영업 신규 유입을 줄이는 것조차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위기일수록 호흡을 길게 가져가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는 게 장기적으로 자영업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는 얘기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안전망 강화,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확대 등 장기 대책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 일자리를 늘릴 각종 경제개혁입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 시한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구태(舊態)를 거듭하고 있는 요즘 정치권을 보면 각종 개혁법안의 처리를 무산시키며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행을 방임하던 1997년의 국회가 떠오른다.
배극인 경제부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