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월가, 빚 져도 ‘보너스 잔치’는 계속

입력 | 2008-11-07 02:57:0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5일 미국 뉴욕증시가 급락하자 한 중개인이 머리에 손을 얹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도 월가 금융회사들이 연말에 ‘보너스 잔치’를 벌일 계획이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월가에 연말 보너스 지급 시기가 다가오면서 올해에도 예년과 같은 연말 ‘보너스 잔치’가 벌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월가 금융회사들이 올해에도 직원들에게 예정대로 연말 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이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월가를 국민 세금으로 살려놨더니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것에 대해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3곳 임직원에 200억달러 풀 듯

“세금으로 살려놨더니…” 비판속 검찰 위법 경고

○ 골드만삭스 등 5대 투자 은행, 2002년 이후 보너스로 1870억 달러 지급

월가 금융회사들은 통상 임직원들에게 연봉의 60%에 달하는 보너스를 매년 지급해 왔다. 그리고 보너스의 상당 부분은 연말에 지급된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이 200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임직원에게 지급한 연봉은 총 3120억 달러였다. 여기에 추가로 1870억 달러의 보너스가 지급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3개 투자은행은 올해 보너스 지급을 위해 200억 달러를 떼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월가가 심각한 금융위기 속에서도 연말 보너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살로먼브러더스 회장을 지낸 굿프렌드&Co의 존 굿프렌드 사장은 “올해 월가가 보너스 지급 계획을 취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가의 연말 보너스 지급 계획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정부의 지원으로 기사회생한 월가가 국민 세금을 보너스로 나눠 먹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월가 금융회사들이 올해 경영실적과 보너스 지급 계획을 밝히도록 금융당국의 감시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총대 멘 앤드루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

월가의 연말 보너스 지급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앤드루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이 나섰다.

쿠오모 검찰총장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 등 정부가 지분참여 계획을 밝힌 9개 대형 금융회사에 임직원 보수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쿠오모 총장은 올해 임직원의 보너스 책정 규모의 구체적인 내용 및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기로 한 이후 보너스 관련 자금 책정 변경사항과 함께 2006년과 2007년에 25만 달러 이상의 보수를 받은 경영진에게 지급된 보너스 자료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경영진의 업무 가치를 초과하는 보수에 대해선 뉴욕 주 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부 월가 금융회사에서는 경영진이 자신들의 보너스는 줄이되 직원들의 보너스는 예정대로 지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월가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들의 보너스는 큰 폭으로 삭감하고 대신 직원 보너스는 유지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스위스 정부로부터 592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스위스계 금융회사 UBS는 최근 피터 쿠러 회장 등 12명의 이사진이 올해 보너스를 반납하기도 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오바마만 쳐다보는 美 자동차 빅3

▶ ‘신용-가치-규제’…오바마 시대 美경제 3대 키워드

▶ “유가 하락은 일시적 현상 매년 9% 감산… 또 오를것”

▶ “춥다, 불황 찬바람” 강남역 황금상권도 썰렁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