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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 한전 연수원 ‘방사성폐기물’ 현장 가보니

입력 | 2008-11-05 03:01:00

4일 오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가운데)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보관된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전 중앙연수원 내 폐기물 저장소를 찾아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건물 바닥 뜯어내고 폐기물 보관

유리창 하나로 방사선 구역 구분

“유리창 밖은 괜찮다” 안전 주의사항 무시

“이송비용 산출못해 타지역 못보내” 해명

4일 오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국전력 중앙연수원 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소.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이곳에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 실태 점검을 위해 저장소를 찾은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위험한 방사성폐기물이 화재나 재난 사고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보관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본보 4일자 A1·A12면 참조

방사성 폐기물, 서울-대전 시내에 오염방지 장치도 없이 임시 보관

‘영구격리’ 대상을 드럼통 담아 지상 방치

이 건물은 1972년부터 1995년까지 연구용 원자로 2호기가 설치·운영됐던 곳. 지금은 2001년 원자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1163드럼(1드럼은 200L)을 보관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지상 건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게 된 데 대해 “원자로를 해체하면서 다른 원자력발전소 저장소 내 보관을 문의했지만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당시에는 방사성폐기물량을 경비로 환산하는 기준이 없어 (이송)경비를 마련하지 못한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래서 당시 과학기술부 승인을 얻어 이 건물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럼통과 컨테이너에 담긴 방사성폐기물은 건물 내부를 뜯어낸 바닥에 쌓여 있었다.

저장소 안에는 공기오염감시기, 지역방사선감시기, 출입자감시기, 연기감시기, 소화기 등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비치됐다.

연구원 측은 “주기적으로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면서 관리하고 있어 오염이나 사고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왜 스프링클러조차 없느냐”고 묻자, 연구원 측은 “화재 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 작업자들이 오염된 물을 맞은 채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입이 이뤄지는 건물 현관 앞에는 ‘방사선 장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사항=△출입 시 필히 개인 피폭 선량계(線量計)를 착용할 것 △작업복, 신발, 보호구 등을 착용하고 출입할 것 △방사선 구역을 나올 때 오염 여부를 검사할 것’이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동행한 연구원 관계자들 중 이 규정을 지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연구원 측은 유의사항을 모르는 김 의원 일행에게 이를 고지해 주지도 않았다.

김 의원 측에서 “왜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느냐”고 묻자 한 관계자는 “방사선 구역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방사선 구역은 유리창 너머 폐기물이 보관된 곳”이라고 말했다.

질문을 한 장소와 폐기물이 보관된 곳은 일반 유리창 한 장으로 구분돼 있다.

연구원 측은 이곳의 방사성폐기물이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으며, 실제보다 위험성이 과장돼 있다고 해명했다.

안내를 맡은 연구원 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진짜 위험한 것은 사용 후 핵연료 폐기물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쓰레기 정도지 사실 ‘핵폐기물’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자로 등에서 작업할 때 방사선에 노출된) 장갑, 작업복 등은 일반 세탁소에서 빨기가 곤란하니까 (저장소에) 폐기하고 처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구원 측은 “안전하게 영구 격리하기 위해 2010년경 경북 경주 방폐장으로 옮길 것”이라며 “대전에 보관 중인 폐기물도 2014년경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관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빨리 폐기물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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