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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전자 웃고… 정유-항공 ‘한숨’

입력 | 2008-10-09 02:59:00


■ 환율 급등 따른 업종별 기상도

요즘 한국 산업계는 ‘짚신장수와 우산장수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처럼 복잡하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하면서 원자재 수입 비중이 커 환차손이 많이 발생하는 정유, 항공, 철강업계는 비상이 걸린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 조선, 화학 업종은 환차익 덕분에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 급등락에 대한 우려는 한결 같았다.

환율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업종은 정유업계. 정유회사들은 원유 구매 약 3개월 뒤 대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환 위험도가 큰 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석유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환차손 규모가 훨씬 커 영업이익을 내고도 경상이익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원-달러 환율이 1원 오를 때마다 약 30억 원, GS칼텍스는 약 20억 원의 환차손이 생기는 등 정유업계 전체로는 70억∼8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內需) 비중이 높은 철강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수출 비중이 낮아 환차익을 얻을 기회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대부분 원자재 수입 재원으로 사용하는 ‘내추럴 헤지’를 통해 환율 상승에 대처하고 있다.

항공업계도 항공기 리스비 등 결제를 위한 달러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환율 급등으로 국제 항공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각각 연간 200억 원과 80억 원가량 환차손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가 오면 ‘짚신장수’는 울상이 되지만 ‘우산장수’는 신나게 마련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 대금을 대부분 달러로 받아 환율 급등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전반적으로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80%가 넘는 삼성전자나 LG전자도 환율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혜택을 보게 된다.

LG전자는 환율이 1원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약 7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다만 10억 달러가 넘는 달러 부채가 있어 손실도 함께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역시 수출 비중이 높은 화학과 섬유업계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 ‘나쁠 게 없다’는 표정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50% 정도인 LG화학은 “환율 급등에 따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코오롱도 주요 계열사들의 수출 비중이 70% 이상인 데다 주 원자재들이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상태여서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자동차업계는 환율 급등을 ‘양날의 칼’로 보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환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내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판매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환율 급등에 따른 ‘1차 피해’보다는 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노성호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팀장은 “대기업들은 환율 급등세를 견딜 여지가 비교적 많지만 중소기업은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중소 수출기업들이 환율 때문에 설비투자 자금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 종합

정리=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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