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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상상력은 격변기의 등불”

입력 | 2008-10-03 02:58:00

한중일의 대표 이야기꾼들은 “문학적 상상력의 근간이 이야기의 힘에 있기에 다방면에 걸친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왼쪽부터 왕훙자, 호시노 도모유키, 성석제 작가. 박영대 기자


■ 한중일 대표 이야기꾼 성석제-왕훙자-호시노 도모유키 씨

“옥루몽이나 아라비안나이트처럼 문학작품들은 본질적으로 재밌는 상상을 촉발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의 힘이 여러 분야에 상상력의 원천을 제공하는 것이죠.” (성석제 작가)

한중일의 대표 이야기꾼들이 말하는 문학적 상상력이란 어떤 것일까.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문학포럼’에 참가한 성석제(48), 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43), 왕훙자(王宏甲·55) 씨가 1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작가는 각각 해학(성석제), 환상(호시노 도모유키), 보고문학(기록문학·왕훙자)으로 개성 있고 차별화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 멀티 콘텐츠 시대 ‘이야기의 힘’ 각광

문학이 영화, 연극, 드라마 등 다른 장르의 1차 텍스트로 사용되는 현상에 대해 호시노 씨는 “일본의 경우 소설이 나오자마자 바로 영화화되는 경우가 많고 영화감독, 가수들이 체험의 독자성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며 “인터넷, 뮤지컬 등 즉흥적 매체가 증가할수록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와 통념, 상식을 넘어선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작품이 다큐멘터리나 연속극으로 만들어져 방영되기도 했던 왕 씨는 “문학적 상상력은 현실세계와 괴리된 것 같지만 가장 현재적이기도 하다”며 “최근 교육 문제에 관한 내 보고문학이 중국의 정책 변화를 끌어냈는데, 집요한 추적과 통찰이 담긴 이야기의 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성 씨는 “오랜 기간 한 주제에 대해 천착하고 탐구하는 작가의 노력과 교열, 편집 등을 거쳐 책 한 권이 완성된다”며 “다수 대중의 취향을 맞추는 데 치중하는 영상매체에 비해 완결성이 높은 문학이 멀티콘텐츠 시대의 자양으로 활용되기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1차 텍스트로서 문학의 기능이 강조되다 나타난 부작용과 함께 문화 콘텐츠로서의 문학을 전망하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 영화로 만들기 위해 소설 쓰는 건 문제

호시노 씨는 “영상적, 기호적 언어들이 횡횡하는 시대에 문학의 언어는 비주류가 돼 버렸다”며 “이야기에 충실하기보다는 마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전 과정으로 소설을 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왕 씨는 “인식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고 교양과 지식을 쌓는 데 이야기의 상상력만큼 좋은 재료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며 “개인 컴퓨터가 등장한 지 불과 30년 만에 일어난 변화는 지난 2000년의 세월 동안 일어난 변화를 초월한다. 격변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명해주길 원하고 있고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결국은 문학적 상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씨는 “작가들도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해 회피하거나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작품을 써냄으로써 원소스멀티유즈 시대 문학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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