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석 배드민턴협 부회장, 부친 이어 아들도 대표팀 도와
‘한국 셔틀콕의 대부’로 불리는 김학석(59) 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은 대표팀 선수들을 이끌고 일본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출국했다 하루 만인 16일 밤 황망히 귀국길에 올랐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평소 몸이 안 좋으셨으면 출장도 안 갔을 텐데…. 식사 잘하셨다는 얘기까지 들었거든요.”
향년 91세인 고인(김관식 옹)은 배드민턴 선수 출신 아들인 김 부회장의 권유로 1971년부터 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을 맡아 5년 동안 열악한 협회 재정을 도왔다. 경기 이천시에서 소문난 갑부였던 고인은 변변한 셔틀콕 하나 장만할 수 없던 당시 양조장까지 팔아가며 협회를 지원했다.
30년 넘게 한국 배드민턴 행정을 주도한 김학석 부회장은 국제대회 때면 늘 선수단과 동고동락하며 ‘왕감독’으로 통했다. 박주봉, 방수현, 김동문을 비롯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윙크 왕자’ 이용대 등은 김 부회장의 조기 발굴과 육성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데는 소홀히 해 2000년 심장 수술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오른쪽 둘째 발가락을 잘라냈다.
김 부회장의 아들 홍기(26) 씨는 캐나다 영주권을 포기하고 국내에 돌아와 한국체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뛰어난 영어와 배드민턴 실력으로 몇 년째 대표팀 매니저와 전력 분석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대에 걸친 남다른 셔틀콕 사랑은 이제 ‘가업’이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