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생활을 지탱할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마지막 보루다. 국민은 은퇴 후에 받을 연금이 노후를 담보하기엔 크게 모자라는 금액인 줄 알면서도 국가가 이 돈만큼은 알뜰하게 챙겨서 불려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230조 원의 적립금을 쌓았다. 그리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이라는 거대 조직의 막대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댔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주택채권에 투자했다가 착오(錯誤)로 수백억 원대의 이자를 덜 받고도 그냥 넘어간 것은 연금의 주인인 다수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국고채에 45조6371억 원을 투자했다가 1999∼2000년 중의 12개월분 이자 482억 원을 덜 받은 사실을 3년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1심에서 ‘이자 청구권의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하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당연직 위원장이던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굳이 추가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유 전 장관은 “한쪽은 국민이 낸 세금이고 다른 한쪽은 보험료로 낸 돈이어서 어떻게 보면 왼쪽 호주머니하고 오른쪽 호주머니가 서로 다투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가입자들이 노후 보장의 염원을 담아 불입한 연금과 국가 재정을 ‘같은 성격의 돈’으로 보는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세금이든 연금이든 원래 용도와 상관없이 써도 된다는 오만이 느껴진다.
가입자들의 재산을 허술하게 관리해 손실을 안은 공단 측의 책임을 이제라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담당자들이 자신의 노후자금에 쏟는 정성의 10분의 1이라도 관심을 갖고 연금을 다뤘더라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미지급 이자는 가입자 공동의 재산인데도 사라져버렸다.
공단은 국민연금을 국공채 같은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해 지난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선진국 연기금보다 훨씬 낮은 6.1%에 그쳤다. 공단 측은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식투자 비중을 지난해 17.3%에서 2012년엔 4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위험자산 투자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뿐 아니라, 당연히 받아야 할 돈조차 못 챙기는 부실운용 행태도 뜯어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