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서 ‘열매 맺기’ 어려울 듯
고유가와 세계적 경기침체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한국 상장회사들의 2분기(4∼6월) 실적이 시장의 우려와 달리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왔다.
2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 174곳의 평균적인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3개 이상의 증권사가 발표한 예상실적의 평균을 낸 수치다.
발표되는 실적이 증권사의 예상실적과 같은 수준이라면 이는 1분기(1∼3월) 실적보다 상당 부분 개선된 것이다. 1분기에 상장사들의 작년 동기 대비 매출액, 영업이익은 10∼20% 늘었지만 순이익은 크게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달러당 원화 환율 상승(원화가치는 하락)의 혜택을 본 수출업종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추세가 하반기(7∼12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또 침체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예측이 많았다.
○ 수출 호조로 이익 늘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들의 2분기 매출액은 평균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9%, 영업이익은 27.83%, 순이익은 14.07%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업종에 따라 실적은 크게 엇갈렸다.
대표적 수출업종인 전자업종은 매출액이 29.05%, 영업이익이 1187.91% 늘어나는 등 큰 폭으로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어느 정도 제품가격에 전가한 철강·화학, 에너지업종의 실적개선도 눈에 띄었다. 자동차업종 역시 긍정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 정영훈 기업분석센터장은 “상장사의 주류를 이루는 수출업종이 환율 혜택을 봤고, 이미 원자재가격 상승을 제품가격에 반영한 업체들도 실적이 양호했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대표적 내수업종인 증권업은 매출(―9.69%) 영업이익(―21.06%) 순이익(―21.39%)이 모두 작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보험업도 매출이 18.77% 줄었다.
하지만 2분기의 기업실적 개선이 하반기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하반기에는 유가, 인플레이션 등이 심화돼 영업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원자재 상승분을 제품 단가에 추가로 반영하면 수요가 감소할 우려가 있고 주력 수출국인 신흥시장의 경제상황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증시 단기부양 효과에 그칠 것”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는 7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장의 관심은 최근 지지부진한 증시가 실적 발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설지에 쏠려 있다.
증시 전문가 중에서는 2분기 실적 발표가 증시를 ‘단기적’으로 부양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 증시의 개선, 유가안정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이 나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지금 대내외 경제여건이 안 좋기 때문에 2분기 기업 실적이 좋다고 해서 시장이 바로 반응하기는 어렵다”며 “단, 증시의 추가하락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발표되는 실적은 증권사들의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기업 예상실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실적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증권사들이 예상 실적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