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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산책]사람이 좋아서… 그들은 산으로 간다

입력 | 2008-05-30 03:02:00


이달 초 산악인 박영석(45·골드윈코리아 이사, 동국대OB) 씨와 함께 중국 쓰촨 성 간쯔자치주 신싱 향의 궁가산 일대 미답봉 원정을 갔다 왔다. 운동깨나 했다고 자부했던 기자는 해발 5200m의 캠프1까지 올라갔다가 고소증세 때문에 거의 죽다 살아났다. 물 밖에 나온 금붕어처럼 입을 벌리고 헉헉거렸다.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가빠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다. 히말라야의 8000m 이상 봉우리가 얼마나 오르기 힘든 곳인지 절감했다.

산악인들을 자주 따라다니니 회사의 한 동료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높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이해하느냐”고. 나 자신도 그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과연 목숨을 걸고 할 가치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산악인들의 답변은 도전, 자신의 한계 극복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생각난다. 기자가 느끼기에는 이 중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인 것 같다.

적어도 박영석 대장에게는 원정길에 ‘사람’이 중요하다. 언젠가 그는 술자리에서 “나는 단독 등반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말한 적이 있다. 농이 섞인 말이었지만 그의 등반에 대한 철학이 녹아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배 산악인은 히말라야 14좌를 세계 두 번째로 완등한 폴란드 출신의 예지 쿠쿠치카인데 “동료애가 뛰어나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란다.

박 대장은 ‘산에 놀러 간다’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그와 한 텐트 안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해 본 기자가 보기에 박 대장에게 원정은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빚어내는 하나의 ‘종합 엔터테인먼트’다. 각각의 원정이 대원들에게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한 편의 영화다. 거기에는 스펙터클과 스릴, 도전이 있다.

박 대장뿐만 아니라 기자가 아는 상당수의 대학 산악부원들도 힘든 산악부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로 ‘사람이 좋아서’를 꼽는다.

위험한 산행과 도전을 다른 이들과 함께 함으로써 얻는 것은 ‘형제 관계’보다 더 진한 인간관계다. 박 대장의 말마따나 “등반에서 팀워크는 나의 생명과 직결된다. 서로에 대한 100% 신뢰가 없으면 성공적인 등반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세상 어디에서 그런 관계들을 만들 수 있을까.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인간관계는 그럴수록 소원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산악인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