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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84년 서울대공원 개장

입력 | 2008-05-01 02:57:00


서울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첫 고개인 남태령을 넘으면 천혜의 자연 속에 펼쳐진 서울대공원(관리사업소장 이원효)이 관람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현재는 각종 놀이기구와 편의시설이 어우러진 종합테마파크로 변모한 서울대공원은 1984년 5월 1일 동물원 개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꼭 1년 뒤인 1985년 5월 1일 식물원이 문을 열었다.

당시 창경궁이라는 원래 명칭으로 복원된 옛 창경원에 있던 동물(130종 900여 마리)과 식물(591종)이 보금자리를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왔다. 이후 2008년 4월 현재 동물 가족은 360여 종 3400여 마리로 늘었고 식물원에는 1300여 종의 전 세계 희귀식물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287만6000m²(약 87만 평)의 동물원을 에워싼 청계산 7.4km의 삼림욕장을 걷다보면 어느새 시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서울대공원은 청계산 등 수려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동식물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은 높지만 개원 이후 재투자가 원활치 않았던 탓에 각종 시설이 열악해져 관람객들의 빈축을 샀다. 특히 관람객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은 마치 ‘감옥’을 연상케 하는 콘크리트 바닥에 쇠창살이 달린 동물원이었다.

2003년 민간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며 민간기업과의 경쟁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서울대공원이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동물원이었다.

배설물로 오염이 심했던 동물 방사장 흙을 동물원 개장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2007년에 전면 교체했다. 15t 트럭 1130대 분량의 흙(마사토)을 방사장에 새로 깔았다. 콘크리트 바닥은 걷어낸 뒤 잔디를 심었고 추위에 민감한 동물들을 위해서는 야외에 ‘특수 온돌침대’를 설치했다.

동물원이 미국은 180여 곳, 일본은 80여 곳이나 있어 동물 확보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의 동물원은 불과 14곳. 더군다나 지방 동물원은 서울대공원에서 분양된 동물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근친 번식이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단순한 전시 위주의 소극적 운영에서 탈피해 세계 각국 동물원과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멸종되어가는 전 세계 야생동물 및 한국 토종동물의 종보존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신인 창경원의 전통을 이어받은 서울대공원은 2009년 ‘동물원 개원 100주년’을 맞는다. ‘세계 10대 동물원’ 진입을 꿈꾸는 서울대공원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 숨쉬는 세계 속의 종합테마공원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안영식 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