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얼어붙었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 단계로 접어들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샤오완창(蕭萬長) 대만 부총통 당선인은 12일 오후 중국 보아오(博鰲)에서 회담을 갖고 ‘양안의 평화적 발전과 상호 공영의 신시대’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회담은 1949년 중국이 둘로 갈라진 이후 양측 최고위급 지도자의 접촉이다. 또한 형식상 민간기구였던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의 반관(半官)기구인 해협교류기금회가 1999년 ‘사실상의 정부 간’ 대화를 중단한 이래 9년 만의 첫 접촉이다.
2005년 4월에는 후 공산당 총서기와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이 회동했지만 정부 간이 아닌 정당대표 간 접촉 형식이었다.
12일 회담에서 후 주석은 “양안관계의 평화적 발전은 양안 동포의 공통 염원”이라며 “최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손을 잡고 양안 평화발전의 새 국면을 열어 나가자”고 샤오 당선인에게 제의했다.
그는 “양안의 경제 교류와 협력은 상호 이익이 되는 길”이라며 “국제 경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양안이 상호 협력해 다가오는 도전에 공동 대응하고 상호 공영의 시대를 열자”고 강조했다.
샤오 부총통 당선인은 “양안 경제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며 “상호 신뢰와 이해의 기초 위에서 상호 이익과 공영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화답했다.
보아오포럼 대만 측 대표단의 왕위치(王郁琦) 대변인은 샤오 당선인이 후 주석에게 △양안 직항 항공편 신속 취항 △중국인에 대한 대만 관광 개방 △양안 경제무역 정상화 △양안 협상 틀 복원 등 4가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서 중국 정부는 샤오 당선인을 국가원수 급으로 예우했다. 양안 회담에 앞서 열린 포럼 개막식에서는 샤오 당선인이 정부 수뇌부가 앉는 맨 첫줄에 앉도록 배려했고 회담 뒤 만찬에서도 각국 정상과 나란히 헤드 테이블에 앉도록 했다.
그러나 상대방 정부를 공식 승인하지 않는 기존 관례에 따라 두 사람은 20분간의 회담 내내 주석과 부총통 당선인이라는 공식 직함 대신 ‘선생’이라는 호칭으로 일관했다.
후 주석은 회담 뒤 “오늘의 회담은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샤오 당선인도 “솔직하고 진지한 회담이었으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양안 관계는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참석 의사를 밝힌 바 있는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당선인과 후 주석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커졌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