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핵 검증만 3~4년… 실제 폐기까진 ‘산넘어 산’

입력 | 2008-04-10 02:59:00

美-中 6자회담 대표 회동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왼쪽)가 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새로운 고난의 시작.’

8일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었던 북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가 사실상 타결됐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비핵화 3단계 조치인 핵 폐기 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북한의 신고, 검증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핵 폐기 협상, 해결할 과제 많아

비핵화 3단계는 북한 핵 시설을 폐기하고 플루토늄과 함께 핵무기를 제거함으로써 완전 비핵화를 실현하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1차 관문은 검증. 북측이 신고한 플루토늄의 양과 검증 결과 사이에 큰 차이가 날 경우 상황은 꼬일 수 있다.

대부분의 핵 시설과 프로그램이 군부와 연관돼 있다는 점은 돌발 상황의 요인으로 꼽힌다. 검증을 위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 기술팀의 현지 특별사찰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반발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 1994년 제네바 핵 동결 합의 때 북한 군부는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은 용납할 수 없다”는 특별담화까지 내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인 전례가 있다.

당시 미국 측 협상단은 경수로 건설 공정과 연계해 핵 사찰 시기를 연기했고, 북핵 사찰은 2002년 제네바 합의가 파기될 때까지 실시되지 않았다. 그래서 북측이 핵 폐기 과정에서 순순히 사찰을 수용하고 검증을 받을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3, 4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검증 시간도 걸림돌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을 약속한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 이후 2년 7개월 만에야 핵 프로그램 신고 단계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은 북한의 실제 핵 폐기까지 또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 것인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싱가포르 합의는 어정쩡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시리아 핵 협력에 관여했다는 것이 미국의 이해사항’이라고 기술하고 북한이 이를 반박하지 않는 이른바 ‘간접 시인’ 방식을 취했다는 것. 따라서 북한이 ‘시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북, 20년 만에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될 수 있을까

양국 정부의 승인이 이뤄지면 북한은 우선 미국과 합의한 대로 공식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1, 2주 이내에 제출하고, 비슷한 시점에 미 행정부는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발효 희망일 45일 전까지 의회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결정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르면 5월 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 폭파테러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1월 쿠바와 이란에 이어 세 번째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 등 5개 법률에 근거해 제재를 받게 된다.

따라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받아온 ‘테러국가’란 불명예를 씻게 되고, 국가신인도가 상승할 것이며, 나아가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내 강경파들이 싱가포르 합의의 의미를 폄훼하고 그 여파가 미 의회까지 번질 경우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약속 위반’을 내세우며 다시 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난해 미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잔류시키면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을 적시했고, 일본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연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북핵 진전 상황 일지▼

○ 2002년 ―10월 방북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 “북의 ‘핵무기 개발 계획’ 들었다.”

○ 2003년 ―1월 북,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8월 제1차 북핵 6자회담 개최.

○ 2005년 ―2월 북, 핵무기 보유 선언. 9월 제4차 북핵 6자회담.

○ 2006년 ―10월 북, 핵실험 강행.

○ 2007년 ―2월 제5차 북핵 6자회담, 비핵화 초기단계 이행 합의 (2·13합의) 채택. 3월 북, BDA(방코델타아시아) 자금 동결 문제 삼아 제6차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불참. 6월 BDA 북한자금 동결 해제. 7월 북, 중유 5만 t 도착 확인하고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발표. 10월 9·19공동선언 이행 위한 2단계 조치 합의(10·3합의). 11월 북, 영변 핵시설 불능화 착수.

○ 2008년 ―1월 북핵 신고 시한(2007년 12월 31일) 시한 넘김. 3월 13일 북-미 제네바 회동, 그러나 핵 신고 합의 실패. 4월 8일 북-미 싱가포르 회동, 북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 잠정 합의.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