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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若得山花揷滿頭, 莫問奴歸處

입력 | 2008-03-18 02:58:00


若(약)은 如(여)와 통하는데, 같다는 뜻 외에 가정을 표시하며 만약이라는 뜻이 있다. 得(득)은 獲得(회득)처럼 얻다의 뜻이다. 體得(체득)에서처럼 깨닫다, 得失(득실)에서처럼 이득이나 장점을 뜻하기도 한다. 또 조동사로서 허락이나 가능을 표시하기도 한다. 바둑을 잘 두기 위한 圍碁十訣(위기십결)의 첫째 사항인 不得貪勝(부득탐승)은 승리를 탐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揷(삽)은 꽂다 또는 끼워 넣다의 뜻으로 揷入(삽입)이나 揷畵(삽화)처럼 쓰인다. 滿(만)은 가득하다 또는 차다의 뜻이다. 여기서는 동사인 揷(삽)의 뒤에서 그 상태를 나타낸다. 즉, 揷滿(삽만)은 가득 꽂다의 뜻이다. 산에 피는 꽃을 꽂는다는 것은 시골의 평범한 여인으로 지냄을 의미한다. 頭(두)는 머리이다.

莫(막)은 ‘∼하지 말라’는 금지의 뜻이다. 奴(노)는 노예나 종의 뜻이데, 신하나 여자가 자기를 낮춰 이르는 말로 쓰였다. 歸(귀)는 본래 시집가다의 뜻인데 돌아가거나 돌아오다 또는 歸屬(귀속)하다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處(처)는 정지하다가 본래 의미로, 동사로는 머물다 또는 거처하다, 명사로는 장소나 위치의 뜻이다.

宋(송)나라 때 태수에게 인정받던 관청 소속의 한 妓女(기녀)가 태수와 사이가 나쁜 상급 감찰관에 의해 음란죄로 옥에 갇혀 고초를 당했다. 그 감찰관이 떠난 후 후임 관리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호소할 기회를 주었을 때, 그녀가 심정을 토로한 노래의 일부이다. 험한 세상에서의 과거를 잊고 평범한 민간 여인으로서 새로운 환경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오늘날에도 이런저런 사연으로 그러고 싶은 이가 있으리라. 그 기녀의 이름은 嚴예(엄예)이며, 노래는 ‘卜算子(복산자)’이다.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