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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철호]정부가 GM식품 안전성 홍보, 곡물파동 넘자

입력 | 2008-03-01 03:02:00


세계의 곡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옥수수를 비롯한 식량 자원을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하면서 세계시장의 곡물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하고 있다.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전자조작(GM) 식품의 표시가 의무화되면서 비(非)GM 옥수수나 콩을 수입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이 치솟고 있다. 2006년 t당 20달러를 더 주고 사오던 비GM 옥수수가 올해에는 100달러를 더 줘야 살 수 있다. 곡물 가격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소비자들이 GM 식품을 기피하므로 비GM 옥수수를 수입해 식용 전분과 물엿 등 식품재료를 생산하는 전분당 산업의 연간 추가 비용이 2000억 원을 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을 더 준다고 해도 비GM 옥수수나 콩을 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미국에서 더는 비GM 옥수수나 콩을 살 수 없게 된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90%, 옥수수의 75%가 GM 곡물이며 몇 년 내에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것을 아무런 표시 없이 식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우리가 미국을 여행하면 GM 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30% 수준이며 쌀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량(95%) 수입 곡물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만약 한반도에 비상사태가 발생해 외국의 화물선이 닿지 못한다면 국민의 대다수가 굶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인도 먹고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우리와 같은 안전성 검사를 통해 식품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한 GM 식품을 한국인들은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이 문제를 놓고 지난달 26일 한국국제생명과학회(ILSI) 총회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결론은 현재까지의 모든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GM 식품에 대해 언론은 앞으로 부정적인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나라에 심각한 식량 위기와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지적된 사항은 GM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실한 방침 표명과 교육 홍보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식량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앞으로 비GM 식품 원료를 구할 수 없게 되는데 현재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한국 소비자들에게 GM 식품이라고 표시된 음식을 어떻게 사 먹게 할 것인가.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인이 모두 먹는데 식량 자급이 30%밖에 안 되는 한국인들이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코미디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

이철호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