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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9회말 역전 만루홈런처럼…짜릿한 반전 버·저·비·터

입력 | 2008-02-29 02:56:00


지난해 11월 17일 부산에서 열린 프로농구 KTF와 LG의 경기.

78-78로 맞선 경기 종료 3.9초 전 LG는 골밑을 파고들던 캘빈 워너가 덩크슛을 터뜨렸다.

이제 남은 시간은 1초. 당시 TV 중계를 하던 캐스터는 “LG가 승리를 거두는군요”라며 흥분했다. 누가 봐도 LG가 이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KTF는 작전 타임 후 신기성의 패스를 받은 칼 미첼이 3점슛을 터뜨렸다. KTF의 기적 같은 1점 차 역전승이었다.

올 시즌 버저 비터(buzzer beater)가 쏟아져 팬들을 짜릿하게 만들고 있다.

버저 비터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와 함께 성공된 골을 일컫는 것. 버저가 울리는 순간 볼이 슛하는 선수의 손을 떠나 있어야 유효한 슛으로 인정된다. 이런 버저 비터는 야구의 끝내기 홈런이나 축구의 골든골처럼 농구에 극적인 재미를 더해 준다.

마지막 ‘한 방’에 희비가 엇갈리면 팬들이야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겠지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패장과 구단 관계자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KTF에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던 신선우 LG 감독은 씁쓸한 미소를 띤 채 코트를 떠났다.

4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1승이 절박한 처지인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요즘 들어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앉을 때가 많다. 용궁 다녀왔느냐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전자랜드가 유난히 경기 막판 명암이 자주 엇갈려서다.

전자랜드 이한권은 올 시즌 두 차례나 결승 버저 비터를 날려 침몰 직전의 팀을 살려냈다. 지난해 12월 5일 KTF와의 경기와 2일 KCC와의 경기에서 버저와 함께 결승골을 연이어 꽂았다.

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덕분인지 이한권은 프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올스타전 베스트5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이한권은 “워낙 시간이 없어 아무 생각 없이 던졌다. 안 들어갔으면 역적이 되지 않았겠느냐”며 웃었다.

전자랜드에서 오리온스로 이적한 카멜로 리는 트레이드 이전인 지난달 2일 KT&G전에서 2점 뒤진 종료 직전 3점슛을 터뜨려 역전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

최근에는 서장훈(KCC)이 지난 주말 친정팀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버저 비터를 넣어 1만여 관중을 열광시켰다.

버저 비터는 그저 행운의 산물은 아니다. 평소 훈련 때 남은 시간을 초 단위로 설정해 두고 수 없이 연습해 둔 노력의 결실이다. 최희암 감독은 “버저 비터 성공이 마냥 기쁠 수는 없다. 항상 준비는 해 두지만 그런 상황까지 몰고 가지 않고 이겨야 진짜 값진 승리”라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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