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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전주 ‘풍남문 수문장’ 정종실씨 실종 20일만에 숨진채 발견

입력 | 2008-02-13 06:40:00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된 가운데 전북 전주의 숭례문 격인 보물 제308호 풍남문을 40년 동안 제 몸처럼 돌보아 ‘풍남문 수문장’으로 불리던 정종실(74·전주시 중노송동·사진) 씨가 실종 2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주시 전동에 있는 풍남문은 후백제의 도읍지였고 조선 왕조의 발상지인 전주를 상징하는 문으로 고려 말(1388년) 축조됐고 영조 때 불탄 뒤 개축됐다.

10일 오후 5시 40분경 전주시 서노송동의 한 음식점 지하에서 정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 음식점 주방장이 발견해 신고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오후 이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한 뒤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전단 4000장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백방으로 찾았으나 행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몸에 외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정 씨가 실수로 지하에 내려간 뒤 어두운 공간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는 40여 년을 하루같이 풍남문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문을 오르내리며 시설물을 쓸고 닦았다.

실수로라도 풍남문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에게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불량 청소년들도 이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다.

그 덕분에 풍남문은 항상 깨끗했고 전주의 상징으로 남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의 풍남문 사랑은 대가 없이 그저 좋아서 한 일이었다.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전주시에서 풍남문 감시원 명목으로 잠시 일용직 임금을 받기는 했지만 그의 풍남문 사랑은 196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변함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그를 ‘풍남문 수문장’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본인도 풍남문 지킴이를 자처했다.

정 씨는 폐품을 수집해 모은 돈을 전북대에 기탁하고 장애인 학교에도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그는 어려운 형편임에도 전주시에서 몇 년 동안 나오던 일용 임금을 아껴 연말에 불우이웃성금을 내는 등 선행을 해 전주 시민의 장 등 여러 차례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아들 현철(45) 씨는 “새벽 밥 드시고 풍남문으로 향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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