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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닝家 막내, 형의 슈퍼볼 MVP 이어받다

입력 | 2008-02-05 03:00:00

내·생·순 “이젠 나도 슈퍼스타.” 뉴욕 자이언츠를 17년 만에 슈퍼볼 정상에 올려놓으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쿼터백 일라이 매닝(가운데)이 우승컵 빈스롬바르디 트로피를 들고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글렌데일=로이터 연합뉴스


수줍음 많던 ‘마마보이’가 미국 프로 스포츠의 최고봉에 올랐다.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뉴욕 자이언츠의 쿼터백 일라이 매닝(27). 올스타 쿼터백 출신 아버지와 두 형의 틈바구니 속에서 늘 뒤로 밀렸던 그가 세상을 뒤흔들었다.

4일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 피닉스대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42회 슈퍼볼.

10-14로 뒤진 4쿼터 종료 1분 15초 전. 터치다운이 아니면 역전할 수 없는 상황. 일라이는 볼을 잡자마자 길게 던졌다. 볼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진영 24야드 지점에 있던 와이드 리시버 데이비드 타이리의 손에 꽂혔다. 32야드 패스.

일라이는 세 번의 공방 끝에 터치다운 가능권에 들어오자 종료 39초 전 터치다운 존으로 파고든 리시버 플라시코 버레스를 향해 패스했다. 13야드 터치다운 패스. 보너스 킥까지 성공시킨 자이언츠는 17-14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일라이는 2002, 2004, 2005년 뉴잉글랜드를 슈퍼볼에 올려놓았던 슈퍼스타 쿼터백 톰 브래디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며 팀을 17년 만에 정상에 복귀시켰다.

명문 ‘매닝가(家)’의 만년 2인자 일라이가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었다. 일라이의 큰형 쿠퍼는 척추 이상으로 대학 때 운동을 그만둘 때까지 촉망받던 리시버. 작은형 페이턴은 지난해 인디애나폴리스를 슈퍼볼에 올려놓으며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특급 쿼터백.

막내 일라이는 실력은 출중했지만 아버지 아치와 형 페이턴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일라이는 2004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차저스에 전체 1번으로 지명됐지만 이를 거부해 건방지다는 혹평을 받았고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초반에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자 결단력과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비난은 일라이를 더욱 침착하고 냉정한 쿼터백으로 만들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10승 6패로 힘겹게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지만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 댈러스 카우보이스, 그린베이 패커스 등 강호들을 상대로 냉철한 경기 리드로 연승 가도를 주도했다. 그리고 이날 뉴잉글랜드의 19전승 우승을 저지하며 빈스롬바르디 트로피를 안으며 MVP까지 선정돼 아버지와 형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자이언츠는 1987, 1991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슈퍼볼 정상에 올랐다.

반면 1973년 마이애미 돌핀스(17전 전승 우승) 이후 35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전승 우승 신화에 도전했던 뉴잉글랜드는 막판 역전패에 눈물을 흘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