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표변이 낯 뜨겁다. 좌파정권 10년간 기업 옥죄기와 언론 때리기의 선봉에 서더니 정권이 바뀌게 되자 돌연 기업의 소리를 경청하겠다고 한다. 재벌 개혁의 상징이라고 우겨대던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마디 하자 폐지 방침으로 돌아섰다. 인수위가 이런 공정위에 대해 명확한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공정위가 지난 5년간 ‘기업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한다’는 설립 취지에 충실했다고 보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경제 검찰’을 자임했지만 실제로는 ‘경제 조폭’ 같은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1주일에 한 번꼴로 기업에 의해 피소(被訴)됐다.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는 60%에 그쳤다. 치밀한 현장조사와 엄격한 법리적 판단을 거쳐 과징금을 부과하기보다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단 징계부터 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기업들이 ‘공정위가 적발했다’가 아니라 ‘공정위가 적발했다고 발표했다’로 보도해 달라고 했을까.
기업의 원가절감 노력까지 법으로 규제하려는 황당한 시도도 서슴지 않았다. 퇴직 간부들은 친정(공정위) 상대 소송이 늘어난 덕택에 비싼 몸값을 받고 로펌에 재취업했다. 앞에서 때리고 뒤에서 어르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공정위는 이 정권에서 과거 정권 때보다 더 교묘하고 악랄하게 언론을 탄압했다. 신문고시를 개정해 신문사 본사는 물론이고 영세한 시골 지국에까지 과징금 부과의 칼을 휘둘렀다. 2006년 기준 10개 중앙일간지의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0.2%에 불과함에도 공정위 내 해당 소위 안건의 80% 이상, 신고포상금 지급 건수의 약 90%가 신문과 관련된 것이었다.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이라는 정치적 의도를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공정위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른 시기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위축된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공정위를 그대로 두고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언론 자유를 신장하는 정부’가 되기 어렵다. 진정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 정부’라면 공정위의 기능 및 조직을 대수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