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오브제’의 김신덕(45) 숍매니저에겐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X파일’이 있다. X파일 수첩에는 단골 고객 300여 명의 신상 정보와 즐겨 입는 패션 스타일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경력이 23년이나 되는 숍매니저인 김 씨는 고객 경조사를 챙기는 데만 한 달에 100만 원가량을 쓴다. 단골 고객 집에서 가든파티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직접 찾아가 음식 나르는 일까지 도맡는다. 여기서 만난 고객의 친구들이 새로운 고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의 연봉은 1억 원에 이른다.
백화점 숍매니저는 한 브랜드의 매장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백화점이 아닌 해당 브랜드 회사에 소속돼 있다. ‘막내’로 불리는 주니어 매니저로 잔심부름부터 하다 시니어 매니저를 거쳐 10∼15년의 경력이 쌓여야 비로소 숍매니저가 된다.
이들은 대개 기본급에다 성과급을 합한 연봉을 받는데 매장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들쭉날쭉하다.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끌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로가디스’ 숍매니저 오승영(45) 씨는 지난 10여 년간 5권의 시집을 내 백화점에서 ‘시인’으로 통한다. 그는 고객들에게 자신의 시집과 함께 직접 만든 시낭송 CD를 나눠 준다.
오 씨는 “고객과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려면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 때 강원 원주시에서 가져온 감자떡을 들고 단골 고객 40여 명의 집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앤디앤뎁’은 18개 여성캐릭터의류 브랜드 중 매출 14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06년 2월 오복순(46) 씨가 숍매니저로 오고 나서는 매출이 1위로 껑충 뛰었다.
그는 집에서 청주와 생강으로 직접 만든 조미료를 단골 고객에게 선물하는가 하면 단골 고객이 다른 브랜드의 옷을 구입할 때도 같이 가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 준다.
롯데백화점 본점 ‘부르다문’의 홍순옥(55) 숍매니저는 30억 원의 연매출액을 올린다. 롯데백화점 본점 디자이너브랜드의 숍매니저 22명 가운데 ‘매출왕’으로 꼽힌다.
홍 씨는 “단골 고객이 병원에 입원하면 병원으로 달려가 간호하고 고객의 자녀들이 혼기가 차면 중매를 서는 등 고객을 가족처럼 대해 왔다”고 귀띔했다.
갤러리아백화점 홍보팀 유선규 차장은 “어떤 고객은 자주 찾는 숍매니저가 매장을 옮기면 덩달아 쇼핑 장소를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