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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총선 6주 늦춰 2월 18일 실시

입력 | 2008-01-03 02:59:00




파키스탄 총선이 6주 연기됐다.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 카지 모하메드 파루크 위원장은 “8일로 예정됐던 총선을 41일 뒤인 2월 18일로 연기한다”고 2일 공식 발표했다.

파루크 선관위원장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 사건 여파로 폭력과 혼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총선 연기 이유를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부토의 고향인 신드 주 등에서 소요로 선관위 사무실 등이 불타는 등 정상적인 선거를 치르기 힘들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P통신은 10일부터 2월 8일까지 무하람(이슬람력의 성스러운 달인 1월) 기간이어서 시아파와 수니파의 충돌이 잦기 때문에 이 기간을 피하려는 것도 총선 연기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파키스탄인민당(PPP)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등 야당들은 총선 연기를 비난하고 나섰다.

AP통신은 PPP의 고위 당직자가 “연기 결정은 경멸스러운 것이며 당 지도부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PML-N의 아산 이크발 대변인도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부토 피살로 촉발된 분노가 가라앉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AFP통신은 총선 연기 발표 직후 PML-N이 총선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부토 전 총리의 측근인 리티프 코사 파키스탄 상원의원은 부토 전 총리가 살해되던 날 미국 의원들을 만나 전하려 했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무샤라프 정권과 파키스탄 정보국(ISI)의 선거 방해 사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외무부 모하메드 사디크 대변인은 이날 부토 전 총리의 암살 사건 조사에 국제적 도움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파키스탄을 방문 중인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을 무샤라프 대통령이 만난 직후 나왔다.

한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부토 전 총리가 살해당한 뒤 부토 가문의 반목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토 전 총리의 조카인 줄피카르가 추모 기간에 고모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줄피카르는 1996년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부토 전 총리의 남동생 무르타자의 아들. 무르타자가 사망하자 그의 부인은 부토 전 총리의 남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씨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무르타자는 부토 전 총리와 후계경쟁을 벌이다 밀려났다.

이 신문은 부토 전 총리가 유서에 하인들에 대한 대우 문제부터 PPP 후계자로 자신의 장남인 빌라왈 씨를 지명할 것까지 시시콜콜 규정했다며 부토 전 총리가 PPP를 ‘재산의 일부’로 여겼다고 전했다.

혈통을 둘러싼 부토 가문의 분열은 PPP 지지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빌라왈 씨가 PPP의 실질적 지도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