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08년 한 해를 ‘글로벌 코리아 외교’를 통해 국격(國格)을 높일 기회로 보고 한국 외교의 ‘재건’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이명박 당선인이 첫 외교무대에서 관련국 정상들에게서 ‘더불어 세계 문제를 논의할 만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어떤 외교 현안이건 정상 간에 신뢰가 쌓여야 대화가 되는 법이다.
이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방문 말고도 주요 8개국(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7월), 베이징 올림픽(8월), 유엔총회(9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12월)에 잇달아 참석한다. G8 정상회의도 우리가 정규 멤버는 아니지만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 거의 매달 정상외교가 펼쳐지는 셈이므로 충분한 준비를 통해 처음부터 내실을 기해야 한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역시 한미동맹 강화에 있다. 초강대국 미국이 신뢰하는 지도자냐, 아니냐에 따라 발언권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강화에는 질적(質的) 변화도 포함된다. 미국은 한미동맹이 한반도 차원을 넘어 반(反)테러, 분쟁지역 관리 등 국제적 이슈들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 관계’로 격상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기대에 어느 수준까지 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 이명박 정부의 과제 중 하나다.
긴밀해지고 있는 중-일관계를 비롯해 동북아의 질서 재편 움직임에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對) 4강 외교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중-일 양국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모색할 때가 됐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이 재구축할 한일관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 당선인은 이미 “실용주의 외교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바른 방향이다. 노무현 정권처럼 자주(自主)나 부르짖는 설익은 이념외교로는 한반도와 동북아에 몰아칠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외교의 대국(大局)을 보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실질 위주로 치밀하게 준비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