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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常行於所當行, 常止於所不可不止

입력 | 2007-12-06 02:56:00


常(상)은 늘 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行(행)은 가다 또는 행하다의 뜻이다. 於(어)는 장소를 가리키는 전치사에 해당한다. 所(소)는 특수한 지시대명사로서 동사 앞에 놓여 사람이나 사물 또는 장소를 가리키는 명사를 구성한다. 所感(소감)은 느끼는 것이고 所在(소재)는 있는 곳을 가리킨다. 所當行(소당행)은 응당 가야할 곳이라는 말이다. 止(지)는 停止(정지)하다 또는 그치다의 뜻이다. 不可(불가)는 금지나 불가능을 나타낸다. 所不可不止(소불가부지)는 멈추지 않으면 안 될 곳이다.

이 말은 원래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行雲流水(행운유수·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와 같이 정해진 격식이 없이 늘 가야 할 곳을 가고 멈춰야 할 곳에서 멈추면 글은 내용은 물론이고 언어나 구성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예로부터 글이 아무리 아름답고 기발해도 인공의 흔적이 드러나면 최고의 경지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천지자연의 다양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점이 최상의 아름다움임을 다 같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글의 경우에만 그렇겠는가. 사람의 살아가는 방법도 그와 다르지 않다. 늘 가야할 곳을 가고 멈춰야 할 곳에서 멈춘다면 그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최고의 경지이다. 아무리 인공의 작용이 대단해도 자연스러움을 어기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자라고, 자연스럽게 소질을 계발하고, 자연스럽게 제 역할을 한다면 개인은 물론이고 우리의 이 사회도 최상의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蘇東坡(소동파)로 더 널리 알려진 蘇軾(소식)의 ‘答謝民師書(답사민사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